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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생존 꿀팁

해외 자취생을 위한 쉽고 간단한 자취요리 1 - 야매 제육덮밥 레시피

by 별_ 2020. 9.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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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코로나 시기에 해외에서 고생하며 살아가는 자취생 여러분 고생이 많으십니다. 해외에서 이방인으로 살아간다는 건 정말 힘든 일이죠. 일에 치이고, 공부에 치이고, 인종차별도 이겨내며 각자 꿈을 향해 달려가는 모든 분들을 응원합니다. 한국에 있는 가족을 볼 수도 없고 어머니가 차려주시는 따뜻한 집 밥도 먹을 수 없지만 한류니 뭐니 해서 해외에도 한국 음식점과 식료품점이 많이 생겼습니다. 하지만 우리 같은 자취생들이 해외에 있는 한식당에서 밥을 먹기란 경제적으로 부담되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래서 저는 해외에서 자취생이 빠르고, 쉽고, 싸게 먹을 수 있는 한식에 대해 연구를 오랫동안 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돈가스와 더불어 남고생들의 소울푸드라고 할 수 있는 제육덮밥을 아주 간단하게 야매로 만들어 먹는 방법을 여러분께 소개하고자 합니다.

1. 재료: 귀로스 (혹은 기로스 Gyros) 250g, 쌀, 고추장, 계란

재료는 위 네 가지입니다. 기호에 따라 이것저것 추가해 주시면 됩니다. 개인적으로 추천하는 재료는 파, 마늘, 참기름인데 참기름은 비싸고 마늘은 까기 귀찮아서 그냥 냉장고에 있던 파만 추가하여 야매 제육덮밥을 만들어 보겠습니다.

준비물 1번인 귀로스 입니다. 슈퍼에서 3. 몇 유로에 구매했습니다. 한화 5천 원 정도니까 비싼 건 아닙니다. 500g이니까 두기에 나눠 드시면 됩니다 (혹은 세끼). 냉동으로 된 건 안 먹어봤는데 그냥 냉장도 딱히 비싼 게 아니라 냉장으로 만듭니다.

다음 준비물인 쌀 입니다. 보통 한국분들이면 쌀 집에 쟁여 놓으시겠죠. 한인마트나 터키 마트에서 파는 비싼 쌀이 훨씬 맛있죠. 그러나 자취생은 슈퍼에서 파는 Milchreis를 삽니다. 500g 49센트, 한화 약 700원 정도입니다. 계란도 집에 있는 걸 샀습니다. 보통 한판에 1,19 유로짜리 가장 싼 계란을 삽니다. 한화 약 1600원 정도입니다. 고추장은 작은 통 하나에 4,2유로 주고 샀습니다. 고추장이 제일 비싸지만 한번 사면 두고두고 써먹으니 좋습니다.

 

2. 요리 과정

 

먼저 팬을 달군 뒤 팬에 파와 기름을 넣어 파기름을 내줍니다. 백종원 선생님이 파 기름은 항상 옳다고 했기에 그냥 따라갑니다. 파는 냉장고에 있길래 따로 사지 않았는데 혼자 살면 파를 잘라서 냉동 보관하면 오랜 기간 편하게 먹을 수 있습니다. 파를 자를 때는 가위로 잘라줍니다. 자취생의 적은 설거지입니다. 칼과 도마는 자취생에게 어울리지 않으므로 가위로 잘라주도록 합니다.

 

기름에 어느정도 파 향이 나면 이제 귀로스를 넣어 줍니다. 귀로스가 단점이 양념 색 때문에 요리 초보자 분들 같은 경우 익었는지 안 익었는지 구별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돼지고기 귀로스이므로 잘 익혀주는 게 중요합니다. 한 가지 팁은 프라이 팬에서 볶을 때 쓰는 뒤집개 같은 걸로 고기가 쉽게 잘리면 잘 익은 겁니다. 후추를 넣어주면 잡내를 잡아주고 향을 더 좋게 만들어 줍니다.

 

 

이렇게 다 익은지 확인도 하고 먹기도 편하게 잘라줍니다. 반만 썼을 뿐인데도 양이 꽤나 풍족합니다. 남고의 급식시간이 떠오릅니다. 제육볶음 같은 게 나오면 점심시간 시작하자마자 제육볶음을 밥에다 부어버리고 다시 제육볶음을 새로 받으러 급식실로 달려갔었습니다. 점심에 급식으로 제육볶음이 안 나오면 석식 때 학교 앞 분식집에서 제육볶음을 시켜먹었습니다. 당시 학교 앞 분식집에서 3천5백 원이었는데 지금은 많이 비싸졌겠지요?

어느 정도 돼지고기가 익었다 싶을 때 계란을 프라이 해 줍니다. 여기서 중요한 게 꼭 sunny side up으로 해주셔야 합니다. 이름은 거창한데 그냥 계란을 안 뒤집으면 됩니다. 왜냐하면 계란을 완숙으로 익히게 되면 제육덮밥이 뻑뻑해집니다. 보통 제육볶음에는 야채가 들어가고 조리 시에 물을 넣는데 이 야매 제육은 그런 작업이 없기 때문에 계란 노른자로 제육볶음의 촉촉함을 유지시켜 주어야 합니다. 참기름이 있으면 해결되지만 참기름은 비싸서 잘 안 사게 됩니다. 자취생은 무조건 싸고 양 많고 간단해야 만들어 먹습니다 (나만 그런가?..)

완성 후 플레이팅 한 모습입니다. 사진 찍으려고 밥도 그릇에 넣은 다음에 예쁘게 담았는데 계란 때문에 안 보입니다. 고추장은 나름 느낌있어보이게 바르려 했는데 누가 먹다 남긴 것처럼 더럽습니다. 하지만 이런 허접함이 바로 자취요리의 매력입니다 (라고 자위를 해 봅니다..). 이건 사실 사진 찍어서 섬네일로 쓰려고 이렇게 담은 거고 사실 먹을 땐

이렇게 쓰까 묵어야 합니다. 저걸 따로따로 먹으면 제육덮밥 맛이 아니라 그냥 귀로스랑 고추장이랑 밥이랑 계란 맛 납니다. 야매 제육덮밥이 완성되기 위해선 비벼주는 작업이 필수입니다. 그러고 보니 제육덮밥이 아니라 제육 비빔밥이네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게 있는데요. 그건 바로 '자기 최면'입니다. 예전에 '우당탕탕 괴짜 가족'이라는 만화가 있었는데 한 에피소드 중에 '진'이라는 가난한 친구가 너무 추워서 집 안에 있는 종이 박스를 난로라고 생각하니까 집 전체가 따뜻해지고 거기에 상상으로 불고기를 구워 먹는 장면이 있었습니다. 야매 제육덮밥의 완성 역시 이러한 정신력입니다. 하지만 의도적으로 '나는 귀로스를 먹는 게 아니야!!!'라고 생각하면 그냥 귀로스 생각밖에 안 나니까 그냥 '제육덮밥'이라는 단어만 생각하며 드세요. 그렇게 자기 최면을 걸면서 먹다 보면 어느새 당신 그릇의 제육덮밥은 당신의 뱃속으로 사라져 있을 것입니다.

 

이번 주말에는 싸고 간편한 야매 제육덮밥으로 고향에 대한 노스텔지아를 달래 보는 건 어떠세요? 그럼 모두

 

Guten Appet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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