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가장 보통의 학생/Job 다 한 이야기3

호텔에서 남들 이불 커버 갈아주며 느낀 점들 (Knock)... Housekeeping! 대답이 없다. 대답이 없다는 건 역설적으로 들어가도 된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이때부터 긴장이 된다. 내 눈앞에 어떤 풍경이 펼쳐질까? 내가 바라는 건 각이 잡힌 것 까진 아니어도 군대에서 처음으로 휴가를 나온 아들이 부모님께 보은 하는 마음으로 정리해 놓은 방이다. 그러나 호텔의 손님들은 돈을 냈고, 대부분은 자기가 낸 돈만큼의 서비스를 누리고 싶어 한다. 그래서일까. 문을 열고 설레는 마음으로 바라본 방은 소돔과 고모라를 보는 듯하다. 여기저기 널려있는 이불, 옷, 그리고 마치 내가 어디까지 청소하는지 보려고 시험하는 것처럼 하나하나 꺼내서 부엌에 전시해 놓은 그릇들까지. 그러면 나는 생각한다: "아... 오늘도 퇴근이 늦어지겠군" 지인들에게 호텔에서 일하게.. 2020. 9. 23.
왜 최저 시급을 안 주냐고 묻자, 카페에서 잘렸다 이 알바 저 알바를 전전하면서, 내가 가지고 있던 로망 같은 알바가 있었는데, 그게 바로 카페 알바였다. 왜냐하면 당시의 나는 카페에서 일하면, 조용한 음악이 나오는 평화로운 분위기 속에서 손님의 주문대로 커피 기계의 버튼을 누르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물론 일을 시작하자마자 이런 나이브한 생각은 산산조각 났다). 그런데 카페에서 일하기에 나는 결정적인 결격사유가 있었다. 카페는 매우 바쁘고 빠르게 움직여야 해서 경력이 많은 숙달된 아르바이트생을 뽑는데, 나는 카페에서 일해본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일을 하려면 경력이 있어야 하는데, 경력이 있으려면 일을 해야 하는, 이른바 경력의 순환 논증이었다. 하지만 경험할 수 있는 건 뭐든 다 해보자는 일념이 있던 나는, 젊다는 밑천 하나로 수십 .. 2020. 9. 22.
무대 뒤에서 본 인기 걸그룹의 두 얼굴 대학교 정문 앞에 '만삼닭'이라는 게 있었다. 트럭에서 파는 구이 통닭이었는데 한 마리에 4천 원, 세 마리에 만원에 팔아서 우리는 이 통닭을 '만삼닭'이라 불렀다. 가격도 싼 편이고 맛도 좋아서 나와 동기들은 만삼닭을 꽤 자주 사 먹었다. 그러던 어느 날, 만삼닭을 사러 갔다가 트럭 안에 있는 양념통을 보게 되었다. 그 양념통은 도저히 먹을 수 있는 거라고 보기에 어려울 정도로 더러웠고, 주위에는 벌레가 들끓었다.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아름다워 보이는 것도 그 이면에는 아름답지 않은 실체가 있을 수 있구나'. 그 이후로 나는 만삼닭을 먹지 않았다. 음력 생일이었던 한 겨울날, 나는 육군 병장으로 만기 전역했다. 전역하고 복학까지는 시간이 꽤나 남아있었기에, 나보다 먼저 전역한 친구들에게 알바 .. 2020. 9.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