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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적끄적/철학으로 해석하는 영화10

공룡의 변증법적 자기인식 (feat. 헤겔 & 마그리트) I 고녀석, 맛나겠다 해석 알에서 갓 깨어난 공룡들. 그런데 한 녀석만 남들과 다르게 생겼습니다. 이 공룡의 이름은 하트. 사실 엄마가 낳은 게 아니라 주워온 알에서 태어난 공룡입니다. 육식 공룡이라면 위험할 수도 있다며 무리의 장이 하트를 키울 것을 반대하지만, 엄마는 하트를 키우기로 합니다. 이 공룡은 정말 무리를 위협하는 육식 공룡으로 자라게 될까요? ​ 1. 육식 공룡 하트의 변증법적 인식 ​ 어느 날 하트는, 무리에서 나와 놀다가 다른 공룡에게 육식 공룡인 왕턱 공룡에 대해 듣게 됩니다. 왕턱 공룡은 초식 공룡들을 잡아먹는 무서운 공룡이죠. 그런데 하트를 보던 공룡의 표정이 이상해지더니 갑자기 도망을 갑니다. 이때부터 하트는 자신이 자기 무리의 공룡들과 다르게 생겼다는 사실을 인지하게 되죠. 엄마나 동생과는 다르게 하트의.. 2020. 9. 26.
공기 인형 I 대체할 수 있는 것과 대체 불가능한 것 (feat. 칸트)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공기인형"을 Kant의 "인간을 목적으로 대하라"는 정언명법과 관련하여 살펴보고자 한다. ​ ​ „목적의 왕국에서 모든 것은 가격 혹은 존엄을 가진다. 가격을 갖는 것은 그것과 대체될 수 있는 등가성을 갖는 것이다. 이와 반대로 가격을 매기는 것, 다른 것으로 대체될 수 없는 것은 존엄성을 가진다" (GMS, BA 77) ​ ​ 칸트의 정언명법 Kategorischer Imperativ은 다양하게 표현되지만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는 간단한 형식으로 표현하자면 다음과 같다: ​ "인간을 수단이 아니라 그 자체 목적으로 대하라" ​ ​ 수단과 목적은 어떻게 구분될까? 수단은 의존적이다. 다른 말로, 수단은 목적을 이루기 위한 것이기 때문에 동일한 목적을 달성하려는 사람에게만 의미가.. 2020. 9. 26.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하는가?I 공각기동대 (feat. 데카르트) 1. 데카르트와 방법적 회의 ​ 중세의 그늘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데카르트의 시도는 ‘회의’로부터 시작된다. 이러한 데카르트의 회의를 ‘방법적 회의’(doute methodique)라 부른다. 중요한 점은 여기서의 ‘회의’는 ‘회의를 위한 회의’가 아니라 ‘회의할 수 없는 진리를 발견하기 위한 회의’라는 것이다. 데카르트의 회의는 감각적 지각에 대한 의심으로부터 시작한다. 그 의심의 근거는 감각적 지각이 종종 오류판단을 가져온다는 데 있다. 원기둥을 위에서 보면 원으로 보이고 멀리서 보면 직사각형으로 보이는 것처럼, 감각을 통해 알게 된 사물은 실제 사물이 가진 성질과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데카르트는 감각적 지각 능력 전체를 부정한다. 감각 지각에 나타나는 모든 현상은 가상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데카.. 2020. 9. 26.
백 엔의 사랑: 실존으로의 기투 I (feat. 사르트르 실존주의) 주인공인 이치코는 32살이다. 동생처럼 엄마의 도시락 가게를 돕지는 않지만 엄마가 주는 돈으로 놀고먹으며 지내는 (동생의 말에 따르면) 한심한 인간이다. 그녀는 오직 100엔 샵에서 군것질거리와 잡지를 살 때만 집 밖으로 나간다. 돈을 벌지는 못하지만 잔돈은 항상 받지 않는다. 씻지도 않고 더벅머리에 웃지도 않으며 상대를 자신 없는 표정으로 올려다보는 이치코의 음울한 모습과 100엔 샵의 밝은 CM송은 극명한 대비를 보인다. 마치 철없는 어린아이가 이치코를 ‚넌 100엔 짜리야 ‘라고 놀리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이혼 한 여동생이 집으로 돌아온 지 일주일 만에 집에서 대판 싸운 그녀는 결국 엄마에게 돈을 받고 자취방을 얻어 독립을 하게 된다. 별일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이 사건은 이치코가 바뀔 수 있는.. 2020. 9. 26.
죽음을 부르는 저주받은 노래? 글루미 선데이와 자살의 이유(feat. 칸트) I [글루미 선데이 해석] 즐거운 저녁식사 자리. 여자는 오늘 최고의 순간이 글루미 선데이라는 곡을 들었던 순간이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그날 밤. 그녀는 글루미 선데이를 들으며 스스로 생을 마감합니다. 그녀는 왜 노래를 듣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을 선택했을까요? 인간 존엄성에 관한 영화, 글루미 선데이입니다. ​ 1. 자보, 일로나 안드라스 그리고 한스 ​ 헝가리에 살고 있는 유태인 자보는 자신의 연인 일로나와 자신의 이름을 딴 레스토랑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러다 레스토랑에서 연주할 피아니스트를 뽑게 되는데, 그가 바로 안드라스입니다. 이 레스토랑에는 일로나를 보러 자주 들르는 한스라는 독일 손님이 있습니다. 그는 일로나를 보기 위해 레스토랑에 와서 비프 롤을 먹지만, 일로나는 그를 손님으로만 대합니다. 일로나의 생일날, 돈이.. 2020. 9. 26.
한 찌질한 영화감독의 연애의 기술 (feat. 아리스토텔레스) I [북촌방향 해석] 0. 아리스토텔레스의 행위 이론 (니코마코스 윤리학 3권) ​ 아리스토텔레스에 의하면, 행위는 자발적이거나 비자발적입니다. 자발적인 행위는 칭찬을 받거나 비난을 받지만, 비자발적인 행위는 칭찬이나 비난보다는 용서나 동정을 받습니다. 즉, 자발적인 행위에는 책임이 따릅니다. 자발적인 행위의 조건은 크게 두 가지가 있습니다. ​ 1) 행위자가 행위와 관련된 개별 내용들을 알고 행동할 때 예를 들어, 친구인 줄 알고 문자로 반말을 했는데 친구가 아니었다면, 반말한 행위의 개별적인 조건, 즉 대상을 알지 못하고 행동했기 때문에 비난을 받지 않습니다. ​ 2) 행위가 행위자에게 달려 있을 때 (ἐφ' ἡμῖν) 예를 들어, 강한 바람에 밀려나 옆 사람의 발을 밟았을 때, 우리는 이런 행위를 용서할만한 행위라고 말.. 2020. 9. 26.
현실의 벽 앞에 놓인, 너무나 현실적인 사랑 이야기(feat. 니체) I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해석] 현실에는 수많은 제약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제약을 넘어서기란 쉽지 않죠. 넘어서지 못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인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은 모든 것을 뛰어넘을 수 있을 것 같은 사랑의 현실에 관한 영화입니다. ​ 1.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넘어감 Übergang, 위버멘쉬 Übermensch ​ "Was groß ist am Menschen, das ist, dass er eine Brücke und kein Zweck ist: was geliebt werden kann am Menschen, das ist, dass er ein Übergang und ein Untergang ist. Ich liebe Die, welche nicht zu leben wissen, es sei denn als.. 2020. 9. 26.
시작하는 연인들을 위한 영화 (feat. 칸트) I [클로져Closer 해석] 살다 보면, 말도 안 되는 이유로 사랑에 빠지기도 하고, 또, 싸우기도 합니다. 싸움은 보통 사소한 갈등에서 시작됩니다. 갈등은 부정적인 이미지를 가지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갈등에서 시작된 싸움이 때로는 관계를 파멸로 이끌기 때문이죠. 그러나 갈등이 꼭 부정적이기만 한 것은 아닙니다. 독일의 철학자 임마누엘 칸트는, 갈등이 인류와 역사를 앞으로 나아가게 만드는 긍정적인 에너지를 가졌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번에 제가 분석해 볼 영화는, 그러한 칸트의 생각을 잘 보여주는 영화, 입니다. ​ 1. 칸트의 Antagonismus ​ 칸트는 세계시민적 견지에서 본 일반사의 이념 "Idee zu einer allgemeinen Geschichte in der weltbürgerlichen Absicht"에서 역사가,.. 2020. 9. 26.
외지인은 악마일까? (Feat. 흄) I [곡성 해석] 2016년에 개봉한 나홍진 감독의 영화, 곡성은, 영화의 몰입감뿐 아니라 영화에 대한 다양한 해석으로도 큰 재미를 주었던 작품입니다. 저는, 경험주의자 데이비드 흄의 이론을 토대로 이 영화를 해석해 보고자 합니다. ​ 1. 흄의 "인간 본성론" ​ 흄 철학의 출발점은 '우리가 확실하다고 생각했던 믿음들 이과 연 사실과 같은가?'라는 의문이었습니다. 근대 철학의 발전은 과학의 발전과 깊은 연관이 있는데, 흄은 자신의 의문을 해소하기 위해 ‘자연과학적(실험적 방법) 방법’을 채택합니다. 이는 추론의 실험적 방법 즉, 오직 경험에 의해 지지되는 결론만을 인정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경험하지 않은 것을 안다고 믿습니다. 예를 들어, 우리는 아직 경험해 보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내일 아침에도 반드시 해가 동.. 2020. 9. 26.
오대수 불행의 원인 (feat. 아리스토텔레스 시학 / 오이디푸스 왕) I [올드보이 해석] „올드보이“의 주인공인 오대수는 15년 동안이나 독방에 갇혀 있다가 세상 밖으로 나오게 됩니다. 이 남자는 도대체 어떤 잘못을 했길래 이토록 가혹한 처벌을 받게 된 것일까요? ​ 1. 시학과 좋은 비극의 조건 ​ 영화 „올드보이“의 주인공의 이름은 오대수 „오늘도 대충 수습하며 살자 “라는 뜻의 이 이름은 오대수의 삶의 태도를 보여줍니다. 그리고 이 이름은 오이디푸스라는 이름과도 매우 닮아 있죠. ​ 의 줄거리 ​ 오이디푸스는 소포클레스의 오이디푸스 왕이라는 비극에 나오는 주인공입니다. 오이디푸스는, 미래에 자신의 아버지를 죽이고 엄마와 결혼하게 될 것이라는 신탁 때문에 부모에게서 버림받게 됩니다. 이때 그의 발목을 묶어서 버려서 „부은 발“이라는 뜻의 오이디푸스라는 이름을 얻습니다. 자신의 저주받은 운.. 2020. 9.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