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94 논문이라는 무한 츠쿠요미에서 벗어나자 1. 나루토에 무한츠쿠요미라는 환술이 나온다. 이 환술이 무서운 이유는 환술에 걸린 사람이 자신이 환술에 걸려있는지 알 수 없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내가 절대로 혼자힘으로 깨어나는 게 불가능하다는 이야기다. 2. 논문을 쓰다보니 내가 무한 츠쿠요미에 걸린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처음에는 나의 집중력이 고장 난 것이 영향인 줄 알았다. 그래서 집중을 도와주는 여러 시도를 해 보았는데, 가장 효과가 있는 것은 "타임 타이머"라는 시계였다. 논문이라는 거대한 벽에 가로막혀 집중을 시작할 수 없을 때 일단 이 타이머를 돌려놓으면 어떻게든 몰입으로 빠지는 것이 가능했다. 물론 아직 사용한 지 얼마 안 돼서 약발이 잘 받는 것일 수도 있다. 아무튼 몰입을 시작하게 하는 데에는 꽤나 효과가 좋았다. 3. 막상 집.. 2023. 10. 25. 차두리 선수 독일어 인터뷰 해석 I 독일 한국 A 매치 3 - 1 승리 후 Du-Ri Cha, german Interview 차두리 선수의 독일어 인터뷰 입니다. 차두리 선수의 뛰어난 독일어 실력은 이미 유명하죠? 부산에서 열렸던 한국과 독일 간의 A매치는 2002년 준결승에서 한국이 독일에 0:1로 패한 이후 갖는 첫 경기여서 더더욱 관심을 끌었었습니다. 당시 독일의 멤버는 골키퍼 올리버 칸을 비롯해 미하엘 발락과 필립 람 등 세계 최정상급 스쿼드를 자랑하고 있었습니다. 전반 13분만에 김동진 선수가 골을 기록하고 그 뒤 미하엘 발락이 프리킥 골로 만회했지만 이동국 선수의 인생 발리슛이 터지고 마지막 차두리 선수의 환상적인 돌파에 이은 조재진의 마무리로 3:1로 승리하였죠. 올리버 칸은 당시에도 세계 최고의 골키퍼였는데 그런 올리버 칸을 상대로 무려 3골이나 기록하여 승리해서.. 2023. 7. 1. 윤리학의 구분 윤리학은 도덕을 대상으로 하는 방식에 따라 크게 세 가지로 구분된다. 1) 규범 윤리학 Normative Ethik: 규범 윤리학은 이미 존재하는 도덕을 평가 (bewertet)하거나 자신만의 도덕 시스템을 구축한다. »무엇이 "올바른" 도덕인가?« 예시: 사형제도 규범 윤리학의 입장은 법과 대척점에 위치할 수 있다. "누군가를 죽이는 것은 (예외 없이) 근본적으로 잘못된 행동이다" 그리고 규범 윤리학은 자신만의 가치평가를 정당화하려고 시도한다. -> "죽이는 행위는 되돌릴 수 없다." 2) 서술 윤리학 Deskriptive Ethik: 서술 윤리학은 이미 존재하는 도덕적 표상들에 대해 서술한다. 서술 윤리학은 도덕적 시스템들을 평가하지 않고 순수하게 서술한다. 예시: 베지테리언 "동물을 먹는 것 (도덕.. 2022. 4. 28. 독일에서 석사 하기 2] 정신없던 첫 학기 -1- 한국 대학에서도 나름 학점이 좋은 편이었고, 어릴 때부터 언어에는 재능이 있다고 생각 (착각이었다...)했고, 독일어 어학도 한방에 끝냈으니 나는 앞으로 펼쳐질 대학생활이 매우 순탄할 것이라 생각했다. 대학에 입학하자마자 독일 친구들을 사귀고 그들과 어울리며 독일어가 늘고 시험에선 항상 좋은 성적을 받아 4학기 만에 졸업한다.라는 상상은 현실이 되지 않았다. 일단 처음부터 멘붕이었던 게 수강 신청하는 게 너무 어려웠다. DSH가 대학 입학을 위한 독일어 시험이라지만 수강신청 시스템에 있는 독일어 단어들은 너무나 생소했다. 다행히도 수강신청을 위한 설명회가 있어서 갔는데 다들 왜 이리 독일어를 빨리 하는지... 결국 거의 알아듣지 못했다. 옆에 앉아있는 독일인들에게 웃으며 말을 걸고 질문도 해봤지만.. 2022. 4. 5. 독일에서 석사 하기 1] 대학원에 들어가기 까지 -1- 어린 시절 나는 축구선수가 되고 싶은 운동 좋아하는 아이였다. 운동은 좋았지만 한국의 꼰대 같은 선/후배 문화가 싫었던 나는 운동을 관두고 선생님이 되야겠다고 생각했다. 고등학생이 되고 그 꿈은 다시 바뀌었다. 너무도 폭력적인 사립 고등학교에서 학교라는 곳에 질려버렸기 때문이었다. 그러다 한 선생님의 추천으로 "철학과 굴뚝청소부"라는 책을 읽었는데 한편으로 어려우면서도 다른 한편으로 재미도 있어서 한 번 철학이 뭔지 더 알아봐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쉬운 철학책을 찾다가 "소피의 세계"라는 책을 읽게 되었고 하나하나 책을 읽다가 결국 '철학과에 가야겠다' 라고 결심하게 되었다. 내가 철학과에 간다고 결심하고 가장 많은 질문이 있었는데 그건 바로 "철학과 가면 뭐 먹고살아?"라는 질문이었다. 지금.. 2022. 4. 5. 독일 대학에서 만났던 인상깊었던 교수들 공부를 하다 보면, 그리고 나이가 들수록 이전에 내가 똑똑했다고 생각했던 사람들에 대한 환상이 깨지는 편이다. 예를 들어, 내가 A라는 사람에게 감탄했던 아이디어가 사실 다른 사람의 책에 쓰여있는 내용이면 '아, 이 사람이 생각해 낸 고유의 아이디어가 아니었구나...'라는 생각과 함께 A에게서 받았던 감탄의 크기가 풍선에 바람이 빠지듯 푹- 하며 쪼그라드는 것이다. 한국에 있을 때는 '독일에서 철학 교수를 할 정도면 얼마나 똑똑한 사람일까?'라는 환상을 품었지만 막상 독일에 와보니 어디든 사람 사는 세상이 다 똑같더라. 오히려 독일어로 철학공부를 하고 논문을 낸 뒤 한국에서 교수하는 사람들이 훨씬 더 똑똑했던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글에서는 내가 대학에서 만나고 감탄했던 몇 사람에 대한 이야기.. 2022. 4. 2. 아버지 대답 좀... 독일에서 박사과정의 지도교수는 "Doktorvater"라고 불린다. 단어 그대로 '박사 아빠'이다. 단순히 수업을 하고 듣는 관계가 아니라 논문의 주제 선정부터 결과까지 아버지처럼 세심하게 돌봐주기 때문이다...라는 말을 많이 들어왔다. 그러나 세상에 수 많은 아버지가 존재하듯이 교수들의 성향 역시 천차만별이다. 어떤 지도교수들은 입학과정에서 매우 까다로운 조건을 내세운다. 박사과정 입학전에 장학금을 받지 않는 학생은 아예 제자로 받아들이지 않는다거나 매우 디테일한 연구주제를 요구하는 교수도 있다. 내 지도교수 같은 경우에는, 물론 내가 지도교수 밑에서 석사논문을 썼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대부분 자기에게 온다는 학생을 막지 않는 편이다. 처음부터 학생을 가려서 받는 지도교수들은 학생 수를 조절하고 나름.. 2022. 3. 22. 야구가 재미없어졌다 야구가 재미없어졌다. 이유가 뭘지 생각해본다. 첫 번째 이유는 친한 동료들이 대부분 그만두거나 잘 안 나오게 되었다는 점이다. 우리 팀이 리그 중에서는 평균 연령이 좀 높은 편이었는데 우승을 위한 영입으로인해 지금은 거의 다른 팀이 되어버렸다. 오늘 연습경기를 하러 먼 원정길을 다녀왔는데 나와 일본 혼혈친구를 제외하면 모두가 2부 리그 (Zweite Bundesliga)에서 뛰어본 친구들이었다. 예전에는 친한 친구들과 원정길에 가는 차에서 이야기하는 것도 즐거웠고 연습이 끝난 뒤 자전거를 타고 친구들과 집에가며 나누는 이야기들도 즐거웠고 운동하는 동안 서로의 안부를 묻고 하는 것도 재미있었는데 그런 친구들이 대부분 야구를 그만두거나 거의 안 나오기 시작하니 경기를 하는 것도 원정길을 가는 것도 연습을 하.. 2022. 3. 21. 이천이십일년의끝자락에서 또 정신없이 시간이 흘러 연말이 다가왔구나. 한 달 내내 해가 안 뜨고 4시면 어두워지는 곳에서의 겨울이 또 시작되었다. 하지만 이전에 해 왔던 것처럼 또 이 시간도 지나갈 거야. 무엇이 널 그렇게 불안하게 하니? 사실 '불안'이란 건 아무것도 아닌 것에서부터 오는 것 이란다. 침대 밑에 있다고 믿는 실체 없는 귀신은 언제나 널 불안에 떨게 하겠지만 네 눈앞에 있는 사람이 있는 것보단 훨씬 낫단다. 결국 아무것도 아니야 시간은 시계를 거꾸로 놔도 흐르고 시간이 지나고 나면 지금 널 떨게 했던 이 불안의 원인도 불안한 감정도 생각나지 않게 되는 때가 온단다. 보이지 않는 미래에 두려워 말고 네가 걸어왔던 해냈던 일들을 생각해보렴 다 잘될 거야 언제나 그래 왔듯이. 2021. 12. 14. 목사 부부의 거짓말에 뚫려버린 오미크론 변이 방역망? - 어느 언론보도에 대한 소고 10년 전과 비교해 볼 때, 우리 사회에서 개인에게 요구되는 도덕성의 기준이 많이 올라간 것 같다. 개인적으로 그 원인 중 하나는 인터넷의 보급이라고 생각한다. 인터넷의 보급으로 인해 '타인에 대한 접근성'이 좋아졌다. 달리 말하면, 다른 사람과 직접적으로 만나지 않아도 그 사람에게 무/유형의 영향력을 행사하기가 쉬워졌다는 말이다. 그중 하나가 바로 '댓글' (이라고 쓰고 악플이라고 읽는다) 이다. 나는 이전에 썼던 많은 글들에서 인터넷을 통한 집단 린치가 정당성을 갖기가 매우 어렵다는 점을 여러 차례 지적했었다. 그리고 오늘 이 글에서는 하나의 현상이나 사건을 다룰 때 개인의 도덕성에 호소하는 것이 문제의 해결과 재발을 방지하는데 큰 효과가 없다는 점을 지적해 보고자 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되었다... 2021. 12. 3. 이천이십일년십일월이십구일 지도교수를 만나는 일은 언제나 떨리는 일이다. 사실 그렇지 않은데도, 지도교수라는 사람을 내가 해 온 일을 부정할 수도 있는 사람이라든가 내 앞으로의 미래를 결정할 수 있는 사람이라든가 혼자서 의미부여를 해서 그런것 같다. 그런면에서 어릴때 상상하던 침대 밑의 괴물 같은 느낌을 받곤한다. 코로나로인해 직접 만난건 굉장히 오래되었는데 이번엔 직접 만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지도교수와 그렇게까지 친하지 않다. 어떻게 보면 내가 만든 벽 때문인데, 유학 생활 초기에 글을 낼 때마다 제출을 거절당한 적이 있어서 글을 쓰다보면 항상 완벽하게 쓰기 전까지는 제출할 수 없다는 강박이 생겼다. 이 강박을 깨기 위해서 아직도 많이 노력하고 있다. 수업 외적인 일로 만난건 정말 오랜만이었다. 마지막으로 논문에 대.. 2021. 11. 30. 탄입대 속의 탄창보다 양갱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 군대에 가기 전 나에게는 큰 고민거리가 하나 있었다. 발도 큰 데다가 심한 평발이라 딱딱한 전투화를 신고 하는 행군은 생각만 해도 끔찍한 일이었다. 그러다가 한 선배가 '운전병은 행군 안 한다'라는 말을 해줘서 바로 운전병에 지원하게 된다. 지금 생각해보면 군대가 사단, 대대, 중대, 분대마다 각기 달라서 보편적인 정보란 게 있을 수가 없는데 그땐 몰랐으니까. 아무튼 원하는 대로 운전병에 합격을 해서 입대를 하게 된 나는 단 한 번의 행군도 빠지지 않고 하게 되었으며 '운전병의 꽃'이라 불리는 운행을 한 번도 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운전병에겐 생소한 위병소 근무도 서다가 전역하게 되었다. 첫 행군의 쓴 맛은 신교대 (신병교육대대)에서 맛보았는데 행군 며칠 전에 비가 오는 바람에 진흙밭이 된 산길을 오르락.. 2021. 11. 27. 이전 1 2 3 4 ··· 8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