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분류 전체보기94

독일 대학에서의 첫 조별 발표 한국 대학가에 떠도는 유명한 말이 있다: 공산주의가 왜 망했는지 알고 싶다면 조별 발표를 해 보면 된다 한국에서의 학부생 시절 나는 이 말을 첫 조별 발표에서부터 뼈저리게 느꼈다. 당시 나는 학부생이라면 필수로 들어야 했던 '심리학'수업을 들었는데 조별과제가 무려 '악플에 관한 UCC 만들어오기'였다. 우리 조는 7명이었는데 정말 각자 다른 사람 7명이 공동의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게 얼마나 힘들던지. 조장을 맡아주기로 했던 4학년이 조 결성 한 주만에 취업계를 내고 수업에서 나가버리면서 우리 조는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 상태'가 되었고 그 이후로 나는 되도록 조별과제가 있는 수업은 듣지 않았다. 독일에서의 석사과정에서 딱 한번 조별 발표를 하게 된 때가 있었다. 내가 들은 수업은 "The Ethics.. 2020. 9. 28.
해외 자취생을 위한 쉽고 간단한 자취요리 1 - 야매 제육덮밥 레시피 오늘도 코로나 시기에 해외에서 고생하며 살아가는 자취생 여러분 고생이 많으십니다. 해외에서 이방인으로 살아간다는 건 정말 힘든 일이죠. 일에 치이고, 공부에 치이고, 인종차별도 이겨내며 각자 꿈을 향해 달려가는 모든 분들을 응원합니다. 한국에 있는 가족을 볼 수도 없고 어머니가 차려주시는 따뜻한 집 밥도 먹을 수 없지만 한류니 뭐니 해서 해외에도 한국 음식점과 식료품점이 많이 생겼습니다. 하지만 우리 같은 자취생들이 해외에 있는 한식당에서 밥을 먹기란 경제적으로 부담되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래서 저는 해외에서 자취생이 빠르고, 쉽고, 싸게 먹을 수 있는 한식에 대해 연구를 오랫동안 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돈가스와 더불어 남고생들의 소울푸드라고 할 수 있는 제육덮밥을 아주 간단하게 야매로 만들어 먹는 방.. 2020. 9. 26.
기안84에 대한 주호민의 소신 발언 '시민 독재'에 대한 나의 생각 사진 출처: 주호민 작가 SNS ​ 얼마 전 기안84의 네이버 연재 웹툰 '복학왕'과 관련한 여성 혐오 이슈가 있었다. 웹툰 내에서 '봉지은'이라는 만화 캐릭터가 회식 중 수달처럼 배 위에 조개를 내리치는 장면이 나온 뒤 회사 인턴에 합격한다. 그리고 이에 대해 몇몇 네티즌들이 이 장면을 보고 능력과 스펙이 없는 봉지은이 이른바 '성 상납'을 통해 회사에 합격하는 것을 암시하는 게 아니냐며 비판했고 비판의 불길은 작가 기안84의 '여혐 논란'이라는 거대한 장작에 옮겨붙었다. 이후 기안84는 매우 큰 비난에 직면했고 출연 중이던 '나 혼자 산다'에도 한 달간 출연하지 않았다 (물론 개인 스케줄이 바빠서라고 해명하긴 했지만 그 말을 곧이곧대로 믿을 사람이 몇이나 있겠는가). 그리고 이번에 '신과 함께'로 유.. 2020. 9. 26.
강동희 승부조작 사건 I 몰락한 스타의 참회 (SBS 인터뷰게임) ​ 1. 한국 농구의 스타 강동희 ​ 현재는 한국 농구의 인기가 예전 같지 않지만 농구의 인기가 엄청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신동파, 슛도사 이충희에 이어 농구 대통령 허재, 그리고 허재를 필두로 한 '허동택'트리오, 서장훈, 우지원, 이상민 등이 버티고 있던 연세대와 현주엽, 신기성, 전희철, 김병철 등 막강한 스쿼드를 갖추고 있던 고려대까지. 그중에서도 제가 가장 좋아했던 팀은 허재와 강동희, 김유택, 한기범 등의 선수들이 뛰던 '기아 엔터프라이즈'라는 팀이었습니다. 강동희는 대한민국 농구 역사 상 최고의 포인트 가드 중 한 명이었습니다. 허재와 마찬가지로 중앙대를 졸업한 강동희는 기아, 모비스, LG 등의 팀에서 뛰면서 그의 커리어를 쌓아나갔습니다. 국가대표에서도 오랫동안 활약했고 은퇴 이후에는 창.. 2020. 9. 26.
4번은 개인주의일까? I 가짜사나이를 보고 느낀 문화차이 2020년 가장 핫 한 컨텐츠를 뽑으라면 역시 '피지컬갤러리' 채널의 '가짜사나이 일 것이다. 피지컬 갤러리 채널의 김계란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오늘 가짜사나이 2기 촬영이 종료되었다고 발표했다. 30테라의 촬영분이 나왔다는걸 보니 2기에는 어떤 에피소드들이 나올지 기대된다. '가짜 사나이'란, 유튜브 채널 '피지컬 갤러리'의 김계란과 UDT 출신의 교관들이 기획한 프로그램으로 6명의 '비특수부대 출신' 유튜버가 특수부대의 훈련을 체험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이것저것 이야기할 내용이 많지만 이 글에서는, 가짜사나이 1기 여섯 명의 유튜버 중 유일하게 한국인이 아닌 '가브리엘'이라는 유튜버를 보고 느낀 문화 차이에 대해 다뤄볼까 한다. ​ '가짜 사나이' 1기의 6번째 에피소드를 보면 유난히 가브리엘이 교육.. 2020. 9. 26.
명문대라는 숭고한 대상 I 우리 사회의 명문대 이데올로기 우리 사회의 이른바 "학벌 만능주의"는 이미 오래전부터 다뤄져 온 주제이다. 그래서 이 주제를 의미 있게 다루려면, 조금은 지엽적으로 글의 방향성을 설정해야 할 것 같다. 이 글에서는 우리 사회에 스며들어 있는 소위 "명문대 이데올로기"가 무엇인지 규정하고, 명문대 이데올로기가 작동하는 방식, 그리고 해결방안에 대해서만 다루어 보려고 한다. ​ 1. 명문대 이데올로기 ​ 우리 사회에서 명문대란, 보통 SKY로 대표되는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그리고 IVY리그에 속해있는 미국 대학들을 의미한다. 그리고 불행하게도 한국의 초, 중, 고 교육은 보통 이런 좋은 대학에 학생들을 많이 보내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대학 입시가 결정되면, 고등학교에서는 교문에 '이 학교에서 몇 명의 명문대 생이 배출되었는지.. 2020. 9. 26.
공룡의 변증법적 자기인식 (feat. 헤겔 & 마그리트) I 고녀석, 맛나겠다 해석 알에서 갓 깨어난 공룡들. 그런데 한 녀석만 남들과 다르게 생겼습니다. 이 공룡의 이름은 하트. 사실 엄마가 낳은 게 아니라 주워온 알에서 태어난 공룡입니다. 육식 공룡이라면 위험할 수도 있다며 무리의 장이 하트를 키울 것을 반대하지만, 엄마는 하트를 키우기로 합니다. 이 공룡은 정말 무리를 위협하는 육식 공룡으로 자라게 될까요? ​ 1. 육식 공룡 하트의 변증법적 인식 ​ 어느 날 하트는, 무리에서 나와 놀다가 다른 공룡에게 육식 공룡인 왕턱 공룡에 대해 듣게 됩니다. 왕턱 공룡은 초식 공룡들을 잡아먹는 무서운 공룡이죠. 그런데 하트를 보던 공룡의 표정이 이상해지더니 갑자기 도망을 갑니다. 이때부터 하트는 자신이 자기 무리의 공룡들과 다르게 생겼다는 사실을 인지하게 되죠. 엄마나 동생과는 다르게 하트의.. 2020. 9. 26.
공기 인형 I 대체할 수 있는 것과 대체 불가능한 것 (feat. 칸트)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공기인형"을 Kant의 "인간을 목적으로 대하라"는 정언명법과 관련하여 살펴보고자 한다. ​ ​ „목적의 왕국에서 모든 것은 가격 혹은 존엄을 가진다. 가격을 갖는 것은 그것과 대체될 수 있는 등가성을 갖는 것이다. 이와 반대로 가격을 매기는 것, 다른 것으로 대체될 수 없는 것은 존엄성을 가진다" (GMS, BA 77) ​ ​ 칸트의 정언명법 Kategorischer Imperativ은 다양하게 표현되지만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는 간단한 형식으로 표현하자면 다음과 같다: ​ "인간을 수단이 아니라 그 자체 목적으로 대하라" ​ ​ 수단과 목적은 어떻게 구분될까? 수단은 의존적이다. 다른 말로, 수단은 목적을 이루기 위한 것이기 때문에 동일한 목적을 달성하려는 사람에게만 의미가.. 2020. 9. 26.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하는가?I 공각기동대 (feat. 데카르트) 1. 데카르트와 방법적 회의 ​ 중세의 그늘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데카르트의 시도는 ‘회의’로부터 시작된다. 이러한 데카르트의 회의를 ‘방법적 회의’(doute methodique)라 부른다. 중요한 점은 여기서의 ‘회의’는 ‘회의를 위한 회의’가 아니라 ‘회의할 수 없는 진리를 발견하기 위한 회의’라는 것이다. 데카르트의 회의는 감각적 지각에 대한 의심으로부터 시작한다. 그 의심의 근거는 감각적 지각이 종종 오류판단을 가져온다는 데 있다. 원기둥을 위에서 보면 원으로 보이고 멀리서 보면 직사각형으로 보이는 것처럼, 감각을 통해 알게 된 사물은 실제 사물이 가진 성질과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데카르트는 감각적 지각 능력 전체를 부정한다. 감각 지각에 나타나는 모든 현상은 가상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데카.. 2020. 9. 26.
백 엔의 사랑: 실존으로의 기투 I (feat. 사르트르 실존주의) 주인공인 이치코는 32살이다. 동생처럼 엄마의 도시락 가게를 돕지는 않지만 엄마가 주는 돈으로 놀고먹으며 지내는 (동생의 말에 따르면) 한심한 인간이다. 그녀는 오직 100엔 샵에서 군것질거리와 잡지를 살 때만 집 밖으로 나간다. 돈을 벌지는 못하지만 잔돈은 항상 받지 않는다. 씻지도 않고 더벅머리에 웃지도 않으며 상대를 자신 없는 표정으로 올려다보는 이치코의 음울한 모습과 100엔 샵의 밝은 CM송은 극명한 대비를 보인다. 마치 철없는 어린아이가 이치코를 ‚넌 100엔 짜리야 ‘라고 놀리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이혼 한 여동생이 집으로 돌아온 지 일주일 만에 집에서 대판 싸운 그녀는 결국 엄마에게 돈을 받고 자취방을 얻어 독립을 하게 된다. 별일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이 사건은 이치코가 바뀔 수 있는.. 2020. 9. 26.
죽음을 부르는 저주받은 노래? 글루미 선데이와 자살의 이유(feat. 칸트) I [글루미 선데이 해석] 즐거운 저녁식사 자리. 여자는 오늘 최고의 순간이 글루미 선데이라는 곡을 들었던 순간이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그날 밤. 그녀는 글루미 선데이를 들으며 스스로 생을 마감합니다. 그녀는 왜 노래를 듣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을 선택했을까요? 인간 존엄성에 관한 영화, 글루미 선데이입니다. ​ 1. 자보, 일로나 안드라스 그리고 한스 ​ 헝가리에 살고 있는 유태인 자보는 자신의 연인 일로나와 자신의 이름을 딴 레스토랑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러다 레스토랑에서 연주할 피아니스트를 뽑게 되는데, 그가 바로 안드라스입니다. 이 레스토랑에는 일로나를 보러 자주 들르는 한스라는 독일 손님이 있습니다. 그는 일로나를 보기 위해 레스토랑에 와서 비프 롤을 먹지만, 일로나는 그를 손님으로만 대합니다. 일로나의 생일날, 돈이.. 2020. 9. 26.
한 찌질한 영화감독의 연애의 기술 (feat. 아리스토텔레스) I [북촌방향 해석] 0. 아리스토텔레스의 행위 이론 (니코마코스 윤리학 3권) ​ 아리스토텔레스에 의하면, 행위는 자발적이거나 비자발적입니다. 자발적인 행위는 칭찬을 받거나 비난을 받지만, 비자발적인 행위는 칭찬이나 비난보다는 용서나 동정을 받습니다. 즉, 자발적인 행위에는 책임이 따릅니다. 자발적인 행위의 조건은 크게 두 가지가 있습니다. ​ 1) 행위자가 행위와 관련된 개별 내용들을 알고 행동할 때 예를 들어, 친구인 줄 알고 문자로 반말을 했는데 친구가 아니었다면, 반말한 행위의 개별적인 조건, 즉 대상을 알지 못하고 행동했기 때문에 비난을 받지 않습니다. ​ 2) 행위가 행위자에게 달려 있을 때 (ἐφ' ἡμῖν) 예를 들어, 강한 바람에 밀려나 옆 사람의 발을 밟았을 때, 우리는 이런 행위를 용서할만한 행위라고 말.. 2020. 9.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