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가장 핫 한 컨텐츠를 뽑으라면 역시 '피지컬갤러리' 채널의 '가짜사나이 일 것이다. 피지컬 갤러리 채널의 김계란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오늘 가짜사나이 2기 촬영이 종료되었다고 발표했다. 30테라의 촬영분이 나왔다는걸 보니 2기에는 어떤 에피소드들이 나올지 기대된다.
'가짜 사나이'란, 유튜브 채널 '피지컬 갤러리'의 김계란과 UDT 출신의 교관들이 기획한 프로그램으로 6명의 '비특수부대 출신' 유튜버가 특수부대의 훈련을 체험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이것저것 이야기할 내용이 많지만 이 글에서는, 가짜사나이 1기 여섯 명의 유튜버 중 유일하게 한국인이 아닌 '가브리엘'이라는 유튜버를 보고 느낀 문화 차이에 대해 다뤄볼까 한다.
'가짜 사나이' 1기의 6번째 에피소드를 보면 유난히 가브리엘이 교육대장 이근 대위의 충돌하는 모습이 많이 나온다. 내 생각엔 둘 다 자기가 해야 할 일을 잘 해냈다고 생각한다. 일단 이근 대위는 교육대장이라는 직책에 맞게 훈련받는 인원을 극한으로 몰면서 잠재된 능력을 끌어내고자 했으며, 가브리엘은 한국의 군대문화를 경험한 적 없고 극한의 훈련을 받아본 적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나름대로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다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피지컬 갤러리에서도 편집을 하면서 가브리엘이 못한다고 말하는 장면을 보여주고 이근 대위가 가브리엘을 자극하는 것을 보여준 것은 누군가를 욕먹게 하기 위함이 아니라 육체적으로 극한으로 몰린 상황에서 힘들다고 하면서도 결국에는 끝까지 맡은 바 임무를 완수해내는 교육생의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함일 것이리라. 나에게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은 가브리엘이 '못한다'라든지 '나는 약합니다'라고 말하는 부분이었다.
한국에서 학교를 다니고 군대를 다녀온 사람이라면 가브리엘의 저런 대답이 '조마조마'하다고 느꼈을 것 같다. 나 역시도 그랬다 ㅎㅎ 교관이 '할 수 있냐?' '힘드냐?'라고 물어보는 건 사실 '예, 힘듭니다'라는 말을 듣고 싶은 게 아니라 '아닙니다!' 혹은 '할 수 있습니다!' 같은 의지를 되새기기 위한 '답정너'같은 질문이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에서는 저렇게 '아니오'라든지 '못합니다' 같은 대답을 하는 것을 '의지박약'으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강하다. 이런 교육 방식에는 장단점이 있다.
장점은 정말 육체적 한계를 뛰어넘는 결과를 이끌어낸다는 것이다. 월드컵에서 갑자기 초인적인 실력과 체력을 보여주는 축구 국가대표 팀이나, 올림픽 선수들의 정신력을 우리는 실제로 많이 보면서 자란다. 개천에서 용 나듯이 잠을 안 자고 공부해서 고시에 합격하는 사람들을 본받도록 우리는 학교에서, 그리고 군대에서 길러졌다. 나 역시도 아마 한국사람이 아니었다면 유학생활을 벌써 접고 돌아갔을 것이다. 내가 힘든 여건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학위를 해 낸 것은 한국에서 어린 시절부터 교육받은 '강한 정신력'이 아니면 불가능했을 것 같다고 느낀 적이 많다. 포기하고 싶을 때마다 나는 항상 '여기서 포기하면 앞으로도 포기할 것이다'라는 생각으로 이를 악물고 버텼다. 이게 내가 생각하는 악기로 가득한 정신력으로 버텨내는 과정의 장점이다. 단점은? 육체적으로 돌이킬 수 없는 손상이 올 수 도 있다는 점이다. 물론 훈련 한번 받는다고 연골이 다 닳아 없어지지는 않겠지만 저런 게 반복되면 소모품인 육체는 언젠가 닳을 수밖에 없다 ('가짜 사나이'의 훈련이 육체를 닳게 할 정도로 무모하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UDT나 육군의 특전사 같은 군인들은 젊을 때 몸을 너무 혹사시켜서 몸이 많이 상한 채로 전역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국가에 대한 헌신이 그냥 희생으로 끝나는게 안타깝다).
이근 대위는 가브리엘을 '이기적이다'라고 말하는데 나는 아프면 아프다고 말하는 '이기심(?)'을 유럽에서 많이 경험했다. 우리 야구팀만 해도 독일 친구들은 몸이 조금이라도 아프면 연습에 나오지 않는다. 그런데 나는 아파도 참고 나가고 아프다는 말을 거의 하지 않는다. 저번 주말에는 포수로 공을 받는데 정말 얇은 (거의 걸레 같은..) 팀 포수 미트로 공을 계속 받다 보니 손가락이 멍이 들고 혹이 생겼다. 아직 포수는 미숙해서 몸으로 할 블로킹을 팔로 하기도 하고 온 몸에 멍이 생겼는데 코치가 나한테 '너 괜찮아? 더 할 수 있어?'라고 물어봤다. 그런데 사실 그 코치가 무슨 군대 교관도 아니고 취미로 하는 야구에서 돈이 나오는 것도 아닌데 도저히 '나 아파, 그만 할래'라는 말이 안 나오더라. 코치와 상관없이 내 스스로 중간에 그만두는 행위를 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결국 '아니, 할 수 있어'라고 해서 내 손은 지금 더 만신창이가 되었다 ㅋㅋㅋ 그런 경험을 하고 나서 일까? 가브리엘의 못하면 못한다고, 아프면 아프다고 말할 수 있는 사고방식이 우리와는 참 다르다고 느껴졌다.
개인적으로 가장 멋있던 로건 교관
대한민국 예비역 육군 병장으로서 저기 나온 UDT 대원들의 젊은 날의 헌신도 참 대단하다고 생각하고 저런 힘든 훈련을 끝까지 받아낸 출연자들도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해외에서 외지인으로 살아가서 그런지 가브리엘에게 조금 더 감정이입이 되었다. 그가 다른 문화권에서 자랐기에 한국인과 같이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 이미 외국에서 혼자 몇 년을 견뎌낸 것으로 그의 강한 정신력은 검증된 것이라고 볼 수도 있다. 타지에서 지내는 외국인들도, 악플에 고통받으면서도 자기의 일을 묵묵히 하는 유튜버들도, 젊은 날 건강한 육체와 시간을 국가를 위해 헌신한 UDT 대원들도 모두 다 행복하기를!
'끄적끄적 > 소고 (小考)'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기안84에 대한 주호민의 소신 발언 '시민 독재'에 대한 나의 생각 (0) | 2020.09.26 |
---|---|
강동희 승부조작 사건 I 몰락한 스타의 참회 (SBS 인터뷰게임) (0) | 2020.09.26 |
명문대라는 숭고한 대상 I 우리 사회의 명문대 이데올로기 (0) | 2020.09.26 |
마스크를 쓰고 말고는 내 자유라고!! (0) | 2020.09.26 |
르네 마그리트 - 헤겔의 휴일 (0) | 2020.09.24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