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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생2

당연한 감, 당연하지 않은 감 요즘 감이 참 달다. 과일을 잘 사 먹지 않는 편인데 독일 와서 감은 가끔 사 먹는다. 어릴 때는 감이란 걸 돈 주고 사 먹는다는 생각을 못해 봤다. 할아버지 댁에 감나무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감은 나에게 가을이 되면 연례행사처럼 먹는 자연스러운 과일이었다. 어린 시절 할아버지 댁 마당에는 두 그루의 감나무와 두 그루의 모과나무가 있었다. 모과는 먹을 수 있는 과일이 아니라 나의 관심은 온통 감나무에만 집중되어 있었다. 할아버지 댁 앞 골목에서 배드민턴을 치다가 셔틀콕이 걸리는 것만 아니면 감나무는 그저 고맙기만 한 존재였다. 가을이 되면 감나무를 더 자주 바라보았다. 조금만 붉은 기운이 돌아도 나는 감이 먹고 싶어서 '저거 홍시 아니에요?'라고 물어보았지만 홍시를 먹으려면 항상 꽤나 긴 시간을 더.. 2020. 11. 24.
달빛이 환한 추석의 밤 잠을 자려고 누웠는데 눈이 부셔서 잠에서 깼다. 창 밖의 달 빛이 너무 환하다. 그제서야 오늘이 추석이라는 사실을 떠올린다. 추석 민족의 대 명절, 가족과 함께 오손도손 모여앉아 못다했던 이야기를 나누고 맛있는 음식을 나눠먹는 시간. 그러나 이제는 언제 마지막으로 가족과 함께 명절을 보냈는지도 기억이나지 않는다. 20대가 되고 20대의 절반 이상을 타지에서 보냈다. 이제는 타지에서의 생활이 익숙할 때도 된 것 같은데 타지에서 나는 언제까지나 이방인이기에 가끔 이렇게 고향땅 생각이 난다. 예전과 비교해보면 잘 지내는 것 같기도 하다. 공부는 가끔 재미있고 가끔은 만날 수 있는 친구들도 있으며 굶지도 않는다. 오늘 같은 날은 맥주 한잔을 마실 수 있고 가끔 기분이 다운되면 티라미수나 마카롱 하나 정도 사먹는.. 2020. 10.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