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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적끄적/소고 (小考)

탄입대 속의 탄창보다 양갱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

by 별_ 2021. 11.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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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에 가기 전 나에게는 큰 고민거리가 하나 있었다.

발도 큰 데다가 심한 평발이라 딱딱한 전투화를 신고 하는 행군은 생각만 해도 끔찍한 일이었다.

그러다가 한 선배가 '운전병은 행군 안 한다'라는 말을 해줘서 바로 운전병에 지원하게 된다.

지금 생각해보면 군대가 사단, 대대, 중대, 분대마다 각기 달라서 보편적인 정보란 게 있을 수가 없는데 그땐 몰랐으니까.

아무튼 원하는 대로 운전병에 합격을 해서 입대를 하게 된 나는 단 한 번의 행군도 빠지지 않고 하게 되었으며 '운전병의 꽃'이라 불리는 운행을 한 번도 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운전병에겐 생소한 위병소 근무도 서다가 전역하게 되었다. 

 

첫 행군의 쓴 맛은 신교대 (신병교육대대)에서 맛보았는데 행군 며칠 전에 비가 오는 바람에 진흙밭이 된 산길을 오르락내리락해야 했다. 평소에 단 것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 나였지만 행군 쉬는 시간에 신교대 교회에서 나눠준 '자유시간'이라는 초코바가 얼마나 맛있던지... 그 이후로 나는 행군을 할 때는 항상 달달한 주전부리를 챙기게 되었다. 

자대에 오니 내 자유의지대로 (?) PX에서 물건을 살 수 있었는데, 

내가 PX를 이용할 수 있을 때는 이미 선임들에 의해 물건이 털리고 난 뒤라 메뉴의 선택폭이 매우 좁았다.  

그래도 나는 자대 첫 행군을 아무도 사 가지 않았던 홍삼캔디 덕에 무사히 끝낼 수 있었다. 어릴 때부터 건강에 좋다면 이것저것 찾아서 먹던 나에게 달달한 캔디와 건강식품인 홍삼의 조화는 행군을 대비하기 위한 최고의 메뉴였다. 

 

짬이 차면서 나는 행군 부식을 바지에 있는 건빵 주머니가 아니라 탄창을 넣는 탄입대에도 넣을 수 있게 되었다. 그렇게 내 탄입대에는 차디 찬 탄창 대신 달달한 양갱이 자리하게 되었다. 춥고 힘든 야간 행군 중에도 탄입대 속의 양갱을 생각하면 이상하게 마음이 든든해졌다. 종이 곽에서 꺼낸 양갱은 금괴처럼 금빛 포장지로 또 포장이 되어 있었는데 당시 나에게는 금괴가 부럽지 않을 소중한 자산이었다. 

 

전역을 한 지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가끔 군 시절 내 마음을 든든하게 해 주던 탄입대 속의 양갱을 생각한다. 그리고 이런 엉뚱한 생각을 해 본다. 전쟁통에도 어쩌면 탄입대에 있는 탄창 하나보다, 양갱 하나가 더 큰 도움이 될 때가 있지는 않을까? 하고 말이다.

 

누군가 나에게 '어떤 사람이 되고 싶냐?'라고 물었을 때 나는 이렇게 대답한 적이 있다:

"탄입대 속의 탄창보다 양갱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

누군가는 나의 말을 웃어넘겼지만 

누군가에게는 나의 마음이 잘 전달되지 않았을까?

 

다 쏘고 나서 화약냄새가 나는 차디 찬 총보다

먹고 나면 달달하게 입에 남는 양갱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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