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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적끄적/소고 (小考)

윤식당 2 스페인 가라치코 인종차별 / 자막오역 논란 I 영상 속 독일인들은 무슨 말을 했으며, 무엇이 문제인가? [영상포함]

by 별_ 2021. 4.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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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인에 대한 인종차별이 이슈가 되고 있어서 그런지 몇 년 전에 방영되었던 윤 식당의 영상에 대한 자막과 관련하여 인종차별 논란이 다시금 수면 위로 떠올랐다. 먼저, 해당 영상에서 어떤 대화가 문제가 되었는지, 해당 영상의 독일인은 도대체 무슨 말을 한 것인지, 윤식당의 자막은 왜 잘못된것인지 한번 살펴보자.

 

출처: 윤식당 8화

출처: 윤식당 2 8화

첫 번째  여성은 이서진을 보고 "bisschen Mischling aus" 라고 말한다. 

여성이 이서진을 보고 "혼혈"이라고 부른 것은 이서진의 외모가 동양인의 외모 클리셰에 맞지 않는 잘 생긴 외모라는 의미에서 말한 것일 수 있으나, 반대로 동양인은 보통 그 자체로 저렇게 잘 생기지 않았으며, 다른 인종과 피가 섞여야만 잘생겼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이는 서양에서 말하는 외적인 아름다움 (Schönheitsideal)이 아름다움의 기준이며 동양인은 그러한 이상에 맞지 않는다는 생각이 내포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출처: 윤식당 8화

 

윤식당 2 8화

두 번째 남자도 가관이다. 그는 이서진을 흘깃 쳐다보면서 "Schwuler Koreaner"라고 말한다. schwul은 게이를 지칭하는 형용사이며 역시 부정적인 뉘앙스를 갖고 있는 단어이다. 주문을 받았던 박서준과 이서진이 멀어지자 들리지 않게 하려는듯 중얼중얼 거리긴 하지만 남자가 눈치를 보는 듯한 행동이 그가 하는 말에 자신도 떳떳하지 못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 같다.  

해외에서 꽤 긴시간을 살아온 동양인인 나 역시 이 영상을 보면서 매우 화가 났다. 특히 한글학교에서 아이들을 오랜 시간 가르쳤기에 더욱 감정이입이 되었다. 그런데 이러한 인종차별적 발언보다 더 화가 나는 것은 방송사의 태도이다. 저런 사람들은 어디에나 있으니 화면에 잡힌 것은 어쩔 수 없다 치더라도 편집으로 해당 장면을 잘라낼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PD, 작가, 번역가 그 누구도 해당 장면의 문제점을 잡아내지 못했다. 이는 1차적으로 방송을 준비하는 사람들의 전문성 부족이다. 큰 영향력을 지닌 방송사라면 더 큰돈을 들여서라도 전문적인 번역인력을 고용해야지 않을까? 혹시, 해당 외국인들을 박제할 목적으로 방송을 내보낸 것은 아니었을까?라고 생각해보기도 했지만 그건 아닌 것 같다. 그랬다면 "게이"라는 단어를 "잘생긴"이라는 단어로 번역해서 방송하는 참극은 일어나지 않았을 테니. 그렇다면 왜 한국인의 외모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자막이 들어간 저 장면이 한국 음식을 해외에 소개하는 취지의 방송에 들어가야만 했을까?

 

한국 방송을 보지 않게 된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특히나 내가 독일에 유학을 오고 "비정상회담"이라는 방송이 시작되고나서부터 한국의 방송에는 "외국인에게 인정받으려는 풍토"가 급속도로 번지기 시작했다는 점도 결정적인 이유 중 하나였다. 이러한 풍토 속에서 한국 음식, 한국인의 외모, 한국의 문화는 그들에게 '좋다' 라고 평가받아야 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물론 여기서의 외국인은 다른 아시아 국가의 사람이나 아프리카인을 가리키지 않는다. 유럽이나 미국인에게 한식을 대접하고 좋은 반응을 모아 방송을 내보내면, 사람들은 그걸 보고 뿌듯해한다. 겉으로는 한국 문화를 알린다고 포장하지만 그 내면에는 우리것을 저들에게 '인정'받아야 한다는 노예적 근성이 깔려있다. 그들의 인정을 통해 우리가 그들에게 뒤지지 않는 사람들이라는 것을 확인을 받고 동화되고 싶어하는 마음은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또 다른 차별과 배제를 낳는다. 유럽이나 미국에서 온 사람들이 하는 한국어에는 실수도 눈감아주고 악센트도 문제 삼지 않지만, 일본, 중국, 동남아 사람들이 하는 한국어를 들으면 악센트를 가지고 놀리기 급급한 모습을 우리는 많은 방송에서 볼 수 있다. 이러한 분위기에서 있는 그대로의 모습은 점점 사라지고 어떻게든 좋은 평가를 받으려는 발버둥만 남는다. 그 결과, 한 서양인의 차별적 언행은 한국인 배우의 외모에 대한 칭찬으로 둔갑하게 되었다.

 

 

서구 사회의 인정을 갈구하는 "인정투쟁"이 더 큰 괴물이 되기전에 이러한 역겨운 풍토가 방송뿐 아니라 한국 사회에서도 사라지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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