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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적끄적/소고 (小考)

롯데리아 밀리터리버거 ? 이근 대위가 상기시켜준 추억의 맛

by 별_ 2020. 9.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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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리아 밀리터리버거 ? 이근 대위가 상기시켜준 추억의 맛

 

가짜 사나이 1기가 공개된 이후 군대에 대한 관심이 늘었다. 긍정적인 부분은 많은 사람들이 군대의 필요성과 군인들의 헌신에 대한 감사함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볼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다. 특히 다른 직업 못지않게 군대에 오래 있던 부사관이나 장교가 전역을 할 경우 경력단절이 되어할 일이 없는 경우가 많은데 어쩌면 이번 일을 계기로 군 전역자에 대한 인식과 대우가 조금은 좋아질 수 있지 않을까 기대를 가져본다. 지난주 목요일 유튜브에 가짜 사나이 2기 티저가 공개되었는데 벌써 조회수가 5백만이 넘은걸 보면 사람들의 관심이 어느 정도인지 쉽게 유추해 볼 수 있다. 많은 등장인물들이 있었지만 가짜 사나이 1기의 가장 큰 수혜자 중 한 명이 바로 '이근 대위'가 아닐까 한다 (심지어 요즘 검색어에는 이근 대위 성형 이라는 검색어도 올라가 있을 정도니 그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얼마나 큰 지 알 수 있다). 가짜 사나이를 통해 각종 티브이와 광고를 섭렵하고 있는데 이번에 유튜브에 '롯데리아' 광고를 찍은 영상을 보게 되었다. 광고는 나름 괜찮았다. 예전에 일본의 '세가'라는 게임 회사에서 '세가타 산시로'라는 캐릭터를 앞세워서 재미있는 광고들을 시리즈별로 많이 만들었는데 그때의 기억이 났다. 그런데 마지막에 군대리아 사진이 나오자마자 군대의 맛이 생각나면서 속이 안 좋아지기 시작했다. 이 글에서는 군대리아에 대해 이야기해 볼까 한다.

 

군대를 전역한 지 오래되어 잘 기억이 안 나는데 내 기억이 맞다면 군대리아는 1주일에 두 번 나온 것으로 기억한다. 처음 군대리아를 먹을 때는 워낙 입대 전부터 군대리아의 맛에 대한 악평을 들어서 그런지 생각보다 괜찮았다. 

 

군대리아의 구성은 이 사진과 비슷하다. 먼저 빵을 두 개 주는데, 상병들은 보통 빵을 하나만 먹고 병장들은 식사를 하지 않는다. 그리고 패티가 두장 나오고 샐러드, 수프, 잼, 계란, 우유를 준다. 수프는 거의 아무 맛이 안나는 매우 묽은 경양식 스타일 수프다. 어떤 부대에서는 수프를 받지 않고 우유를 국통에 받아서 잼을 넣고 빵을 찍어먹는다고도 하는데 우리 부대는 그런 사람은 없었다. 잼은 딸기잼이 나올 때도 있었고 가끔 포도잼도 나왔는데 나는 포도잼을 더 좋아했다. 계란은 삶은 계란을 주는데 보통 으깨서 샐러드와 함께 버무려 먹는다. 치즈를 줬었는지는 기억이 안 나서 패스. 

구성품이 다양해서 그런지 먹는 방법도 가지가지인데 내가 먹었던 방법을 소개해 보겠다. 나는 먼저 계란을 까서 샐러드에 버무린 뒤, 한 개의 빵에 샐러드와 패티를 넣어 먹는다. 그리고 나머지 패티 한 개는 빵 없이 먹은 뒤 남은 빵은 잼을 듬뿍 발라 먹었다. 코스요리의 마지막을 달달한 디저트로 장식하고 싶은 마음이었다. 내가 이등병 때는 빵이 좀 뻑뻑했는데 일병 말쯤에 빵이 '쌀빵'으로 바뀌면서 부드러워졌던 기억이 난다. 쌀빵이 뭔지는 아직도 모르겠다. 군대에서 전역한 이후로 쌀빵이란 건 먹어본 적이 없다 (쌀케이크도 물론..)

군대리아에 대한 안 좋은 기억도 하나 있다. 일과시간에 작업을 하고 있었는데 선임들은 다른 곳에 숨어 PX 음식을 먹고 있었고 나와 같은 짬 안 되는 병사들은 쓰레기를 치우고 있었다. 근데 쓰레기통에서 진공 포장되어있는 군대리아 패티와 빵이 나왔다. 그때 아침이 매우 부실해서 다들 배가 고파 유통기한을 확인한 뒤 (유통기한은 꽤 남아있었다) 쓰레기 장에서 군대리아를 뜯어서 먹었다. 근데 그러던 도중 선임들이 와서 엄청 털렸던 기억이 있다. 당시 선임들의 주장은 일과시간에 뭘 먹으면 안 되는데 짬도 안 되는 것들이 일과시간에 뭘 먹고 있냐는 것이었다. 우리가 뭘 몰래 사 먹던 거면 억울하지라도 않았겠지만 (물론 절대 그럴 수가 없다) 쓰레기 통에 있는 버린 음식을 주워 먹다가 혼나니 엄청 서러웠던 기억이 있다.

사람들은 보통 상병이 되면 군대리아를 싫어하게 될 것이라 말했지만 나는 꽤 오랜 기간 군대리아를 잘 먹었다. 그런데 정말 귀신같이 상병 7개월 차가 되니 군대리아를 보면 헛구역질이 나왔다. 그래서 나 역시 빵 하나만 먹고 더 짬이 되고 나서는 아예 밥을 안 먹었는데 이근 대위가 나오는 롯데리아 광고를 보고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 군대리아의 문제는 패티였다. 병장이 되어 빵 하나만 먹더라도 나는 패티는 먹지 않고 잼만 발라서 먹었는데 이상하게 패티를 보면 그 오묘한 맛이 상상되면서 구역질이 난다. 그런데 롯데리아 광고를 보면서도 사진에서 저 군대리아 패티가 나오자마자 그 맛이 상상되면서 속이 안 좋아졌다. 롯데리아 홍보팀에서 요즘 이것저것 노력은 하는 것 같은데 만약 군대를 다녀온 사람이라면 정말 진지하게 묻고 싶다. 군대리아가 과연 잘 팔릴까? ㅋㅋㅋㅋ

 

쓰레기 통에 있던 패티를 주워 먹다 털린 PTSD 때문일 수도 있지만 나 말고도 군대를 다녀온 대부분의 사람들이 군대리아에 대한 부정적 평가를 하는 것을 보면 군대리아에 확실히 문제가 있긴 한 것 같다. 물론 롯데리아에서 파는 건 '싸제' 버거기 때문에 조금 더 나을 수도 있지만 광고를 보자마자 식욕이 떨어지는 햄버거는 정말 처음 본다. 마케팅에서 중요한 게 트렌드를 파악하는 것도 있겠지만 사람들이 가진 클리셰를 바꿀 수 없는 것도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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