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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생존 꿀팁/독일 생활 정보

[독일 비자 관련] 왜 독일 은행원은 슈페어콘토를 모를까?

by 별_ 2020. 9.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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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에 공부하러 오신 분들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집을 구하고, 은행 계좌를 만들고, 보험에 가입하고, 어학원이나 대학을 등록해야 합니다. 이 글에서는 제가 은행 계좌를 만들면서 가장 당황스러웠던 점인 '왜 독일 은행원들은 슈페어콘토 만들어 달라고 하면 못 알아들을까?'라는 주제에 대해 다뤄보려고 합니다. 

한국에서나 베를린 리포트 같은 사이트에서 비자를 발급받기 위해서 '재정보증서'나 '슈페어콘토'가 필요하다는 말을 많이들 들어보셨을 겁니다. 재정보증서는 조건이 까다로워서 저 같은 경우도 슈페어콘토를 만들고 비자를 발급받았습니다. 제가 어학을 시작한 도시에는 운 좋게도 한국인이 많이 있었어서 은행에 가서 손쉽게 슈페어콘토를 만들 수 있었습니다. 독일에서 처음 은행업무를 보면 당황스러운 점이, 계좌 하나 만드는 데에도 예약을 잡고 와야 한다는 점입니다. 예약을 독일어로 테어민Termin이라고 하는데요, 이 명사와 함께 쓰는 동사도 중요합니다. 보통 처음 독일에 오거나 독어를 배운 지 얼마 안 된 분들이 '예약을 잡다'라고 할 때 Termin machen이라고 하는데요, Termin은 machen이 아니라 'ausmachen'이라는 동사를 씁니다. 왜 그런지는 너무 깊게 파고들지 않는 편이 정신건강에 해롭습니다. 언어는 원리를 이해하려고 하기보다 그냥 자연스럽게 사용하면서 습득해야 빨리 실력이 늘게 됩니다. 잠시 주제를 벗어났는데, 아무튼 Termin을 ausgemacht 하셨다면 은행에 가서 슈페어콘토를 만들고 싶다고 말합니다. 여기서 반응이 두 가지로 갈립니다. 저처럼 은행 지점에 한국인이 많이 오는 곳이라면 슈페어콘토라는 말을 알아듣습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은행에서 "슈페어 콘토"라고 말하면 못 알아듣습니다. 이게 참 당황스럽죠. 다들 슈페어콘토 만들라 그래서 은행 갔더니 슈페어 콘토를 모른다고? 이유는 간단한데요, 독일어로 슈페어 콘토라는 말을 쓰지 않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독일어로 슈페렌sperren은 막는다는 동사인데요, 슈페어콘토는 막힌 콘토, 즉 돈을 자유롭게 입출금 할 수 없고 한 달에 정해진 금액만을 인출할 수 있도록 한 계좌를 말합니다. 그런데 은행원들은 거의 다 독일 사람이니까 슈페어콘토라는 게 왜 필요한지도, 뭔지도 모릅니다. 그들에게는 비자가 필요 없으니까요. 그래서 슈페어콘토 만들어 달라고 말하면 '너 혹시 Sparbuch 말하는 거야?'라고 물어봅니다. 우리가 원하는 건 슈페어콘토인데 말입니다. 

'그렇다'고 대답하면 이런 전혀 쓸모없는 걸 만들어 줄 겁니다.

 

 

그렇다면 이런 의사소통의 카오스를 해결하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1) 먼저, 은행이 아니라 외국인청Ausländeramt에 갑니다

2) 가서 비자를 만드는데 필요한 서류나 안내사항을 받습니다

3) 본인이 거주하는 도시에서 슈페어콘토를 필요로 하면, 관할 외국인 관청 도장이 찍혀있는 문서를 줄 겁니다. 

4) 그 문서를 가지고 은행에 가기만 하면 알아서 슈페어콘토를 만들어 줍니다.

참 쉽죠? 그러니까 은행이 아니라 관청을 먼저 가세요. 관청에서 주는 종이에는 최대 한 달에 얼마까지 인출할 수 있는지 한도가 나오는데요, 예를 들어 내가 사는 곳에서는 600유로가 최다 한도라면, 600유로 X 12 개월, 7200유로의 돈을 가지고 가면 슈페어 콘토에 돈을 넣어주고 그 돈으로 1년의 비자를 받을 수 있습니다. 비자는 1년마다 갱신해야 하는 곳도 있고, 2년마다 갱신해야 하는 곳도 있는데 중요한 건 정말 짜증 납니다. 외국인 관청 갈 때마다 정말 쌀쌀맞고 일 안 하는 독일의 공무원을 마주쳐야 하거든요. 그것도 하루 종일 기다려야 담당자 얼굴을 겨우 볼 수 있죠. 하지만 어렵게 퀘스트를 완료하고 나서 문서만 받으면 일사천리로 진행되는 일처리에 또 한 번 놀라실 겁니다. 독일에서는 문서, 문서가 제일 중요합니다. 독일에서 공부하시거나 살게 되면 많이 경험하실 겁니다. 그러니 항상 마음을 편하게 먹고 하나하나 해 나가시면 되겠습니다. 그럼 독일에서 공부하는 유학생들의 무운을 빌며 이번 글은 마치겠습니다. 타지에서 아프지 말고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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