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도식
저자인 McMahan이 이 책의 4장 Beginnings에서 처음으로 제기하는 질문은 "낙태는 허용될 수 있는가?"이다. 그리고 McMahan의 질문은 Yes. 그렇다면 여기서 또 의문이 생긴다. 보통 사람들은 살인을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나? 그런데 왜 살인은 안된다고 하면서 낙태는 허용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걸까? 즉, 이 질문은 이렇게 정리해 볼 수 있다 - "왜 인간의 죽음은 태아의 죽음보다 나쁘다고 여겨지는가?"
1. 전제
저자인 Jeff McMahan의 논의는 인간의 정체성 Identity이 무엇인지를 규정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인간은 무엇인가?' 인간 정체성의 규정 에 대해서는 역사적으로 다양한 논의가 있어왔다 (예를 들어: 영혼, 인간 유기체, 의식 등등). McMahan이 채택하는 설명방식은 "The Embodied Mind Account"이다 . EMA 는 단순하게 말해, 한명의 인간이 정신과 육체의 결합이며, 이 두 요소 모두가 한명의 인간을 구성한다는 말이다 (하나만 빠져도 안됨). 극장판 애니메이션 <공각기동대>를 본 사람이라면 이해가 수월할지도 모르겠다.
이 애니에는 자신의 전자두뇌 (영혼)를 해킹당한 남성이 나온다. 그가 믿었던 진실이 자신의 전자두뇌에 주입된 허상이었다는 사실을 알게되자, 그는 자신의 기억을 지우고 싶다고 말한다. 그런데 그를 데려간 요원들은 '그것이 성공된 사례는 별로 없어서 추천하지 않는다'라고 말한다. 왜? 예를 들어, A의 영혼이 B의 육체에 이식된다고 할 때, A의 영혼과 B 육체의 결합은 더이상 A도, B도 아니게 되는데, '나'라는 존재는 육체와 정신의 결합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쉽게 말하면, 너의 영혼, 뇌, 기억을 지우면 넌 이전의 너와 같지 않은 존재가 된다고 말하는 것이다.
EMA라는 건 인간을 규정하는 핵심요소가 정신도 육체도 아닌, 정신과 육체의 결합이라는 설명방식이다. 즉, 인간= 육체+정신으로 구성된 생명체란 말. McMahan이 보기에 태아는 이러한 요소를 다 포함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인간과 같다고 볼 수 없다.
2. 이른 시기에 행해지는 낙태 Early Abortion
-이른 낙태란 무엇인가?: McMahan은 낙태를 Early Abortion과 Late Abortion으로 구분한다. 이러한 구분 역시 EMA 와 관련이 있다. 뉴런과학자 줄리어스 코레인에 따르면 뇌의 기본적 기능은 수정 후 20-28주 사이에 형성된다고 한다. 이러한 뇌의 기본적 기능이 없는 태아는 의식도 존재하지 않으며, 이러한 태아를 낙태하는 것을 맥맨은 Early Abortion 으로 규정한다 (임신 후 20주 이내의 낙태).
-이른 낙태에 대한 예상되는 반론은 다음과 같다:
1) 태아에게는 특별한 신성함이나 본질적 가치가 있다(존엄성)
2)태아는 우리 (인간) 중 하나가 될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3) 태아는 우리같은 존재가 되는 과정이기 때문에 보호되어야 한다
-이러한 반론에 대한 McMahan의 대답은 다음과 같다:
1') 이것은 종차별적이다. 왜 인간만이 다른 동물과 구분되는 가치를 지니는가? 이것에 대한 정당화는 쉽지 않다 (Peter Singer의 "speciesism" 논의에 기초한 듯).
2') 맥맨의 대답: 모호하다. 나중에 얘기하겠지만 태아와 인간이 정신적 연속성을 가지고 있다고 말하기 힘들다.
3') 이러한 주장은 정자나 알에도 적용가능하다.
-그러므로 맥맨의 주장은 다음과 같다:
1) 만약 EMA라는 설명방식이 옳다면
2) 그리고 만약 태아의 유기체와, 그것이 자라서 만들어진 인간이 다른 존재라면,
1+2) 태아 유기체는 인간과 같은 특별한 도덕적 지위를 갖지 않는다. 따라서 이른시기에 행해지는 낙태는 피임과 같이 여겨질 수 있다. 즉, 낙태는 인간을 살해하는게 아니라 인간이 세상에 존재하는 것을 막는다고 표현하는게 더 옳다는 주장이다.
2. 늦은 시기에 행해지는 낙태 Late Abortion
이 단락에서 다루는 질문은 크게 두 가지이다.
1) 사람들은 왜 늦은 낙태를 거부하는가?
2) '늦으면 늦을 수록 낙태는 더 문제시 된다'는 통념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는가? (20주의 태아를 낙태하는 것과 28주의 태아를 낙태할 때, 시간이 지나서 낙태하는 것이 도덕적으로 더 올바르지 못한다고 느낀다)
- McMahan은 먼저 질문 1)에 대해 몇 가지 가능한 설명방식을 제시한다.
A)Harm -Based Account라는 설명방식이 있다. 이 설명에 따르면 살인이 도덕적으로 옳지 않은 이유는, 살해당하는 대상이 미래에 얻을 수 있다고 예상되는 이익을 박탈당하기 때문이다.
McMahan이 지적하는 이러한 설명방식에 대한 문제점은 다음과 같다:
A'1) 이러한 설명은 이른 낙태와 늦은 낙태를 구분하지 않는다 (EMA 를 떠올려보자. 뇌의 의식활동이 발현되지 않은 수정체와 뇌가 형성된 태아가 도덕적으로 동등한 지위를 가지고 있다고 말하기 어렵다).
A'2) 이러한 설명은 왜 인간을 살해하는 것이 태아를 살해하는 것 보다 나쁜지 설명하지 못한다 (다수의 사람들이 낙태보다 성인에 대한 살인을 더 용서할 수 없다고 여긴다).
A'3) 이러한 설명은 이익에 대한 고려와 도덕을 구분하지 않는다. 도덕적인 것과 이익을 계산하는 것은 다르다.
B) Capacity Condition 을 통한 대답: 발달된 태아는 인간과 비슷해도 죽음에 의해 해를 입는다고 할 수 없는데 , 태아는 자신의 미래를 욕구할 능력이 없기 때문. 즉, CC 라는 설명방식은 미래를 계획하고 욕구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인간과 같은 도덕적 지위를 갖는다고 보는 설명방식이다.
그러나, McMahan은 CC에 의한 설명에 반대한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B'1) 태아에게 미래를 계획하고 욕구할 수 있는 능력이 없더라도 태아가 가질 수 있던 미래의 이익을 박탈 당했기 때문에 낙태가 나쁘다고 주장할 수 있다.
B'2) 이 설명방식은 죽음이 원래 나쁘지 않다가 사고 능력을 얻은 이후 갑자기 나빠진다고 하는 것 같다. 하지만 죽음은 시간과 관계없이 나쁘다. 1살에 죽든, 10살에 죽든, 죽음은 개별적인 생명체에게 가장 나쁜 사건이다.
McMahan이 생각하는 가장 만족스러운 설명은 Time Relative Interesst of Account 라고 불리는 설명이다.
-TRIA에 의한 답:
:죽음은 인간의 사고능력이 점점 발달할 수록 그리고 '피해를 입은 나'와 '피해가 없었다면 존재할 나' 사이의 정신적 연속성이 강할수록 나빠진다. Time Relativ Interesst란, 말 그대로 시간과 관련된 이익이다. 음... 어려우니까. 이러한 생각이 어디에 뿌리를 두고 있는지 알아보면서 설명 해 보겠다.
TRIA란 아이디어는 존 로크의 아이디어에 뿌리를 두고 있다. 존 로크는 자아의 연속성에 대해 탐구한 최초의 사상가인데, 왜냐하면 자아의 연속성이 범죄자의 처벌에 중요하기 때문이다. 다음과 같은 상황을 생각해보자. C라는 사람이 공각기동대에서 처럼 전자두뇌를 이식해서 D라는 사람이 되었다. 그렇다면 C라는 사람일 때 저지른 범죄의 책임을 D라는 사람에게 물을 수 있는가? TRIA에 의하면 아마 그것은 어렵다고 대답할 것이다. 왜냐하면 그 둘은 다른 사람이기 때문이다. 즉, 정신적 연속성, 의식의 연속성은 그 사람을 규정하는데 매우 중요하다.
TRIA에 의하면 28주이후의 태아도 뇌가 있지만 의식이 완전히 형성되지 않았기 때문에 28주의 태아와 (그 태아가 자란) 15살의 인간 E는 정신적/의식의 연속성이 매우 약하거나 없으므로 같은 '인간'이라고 볼 수 없다.
-왜 인간의 죽음보다 태아의 죽음은 덜 거부할 만한가?
1) 태아는 상대적으로 적은 TRI (시간과 관련된 이익) 를 갖는다.
2) 태아는 도덕적 존중을 받을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
1+2) 낙태의 도덕성은 (인간에게 적용되는 도덕적 기준이 아니라) 태아의 시간관계된 이익에 달려 있으므로 사람들은 시간이 지날 수록 낙태가 도덕적으로 거부될 만하고 느끼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낙태를 살인과는 다른 것으로 인식한다. 또, 이러한 설명 방식에 의해 McMahan은 늦은 낙태여도 허용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물론 낙태를 무조건 해야한다는게 아니라, McMahan역시 시간이 지날수록 낙태가 도덕적으로 나쁘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낙태를 '허용 가능' 하다고만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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