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e Eule der Minerva beginnt erst mit der einbrechenden Dämmerung ihren Flug 미네르바의 올빼미는 황혼녘이 되어야 비로소 날개를 편다". 좋아하는 교수가 '역사 철학'에 대한 비판에 쓰일 수 있는 말이라며 소개했던 헤겔 <법철학Grundlinien der Philosophie des Rechts>의 구절이다. 다른 뜻으로도 해석이 가능하지만 수업 내용에서 그가 말하고자 했던 바는, 일이 일어나기 전에 미리 그 일이 어떻게 진행될지 알 수 없고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그 일이 일어난 이후에 '이렇다 저렇다' 말 할 수 있다는 것 이었다.
-귀납추론은 흔히 개별에서 보편적 내용을 이끌어 내는 추론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사실 '전제가 참일 때 결론이 개연적으로 참'인 추론을 말한다 (반대는 연역추론: 전제가 참이면 결론이 필연적으로 참이다). 영국의 철학자 데이비드 흄은 귀납추론에서 왜 인간이 과거에 일어났던 일의 규칙성을 미래의 일에 적용시키는지 그 원인을 찾기위해 노력했고, 그의 대답은 그것이 인간의 본성menschliche Natur이라는 것이었다.
-귀납추론에 대해 러셀은 재미있는 예시를 제시한다. 어떤 칠면조가 매일 아침에 주인이 먹이를 줘서 '아침은 먹이를 먹는 시간'이라는 추론을 했는데 다음 날이 추수감사절 이어서 결국 다음 날 저녁 식탁으로 올라 갔다는 그런 내용이다. 이 예시에서 중요한 점은 귀납추론은 경험을 통해서 이루어지지만 경험을 투영하는 대상이 아직 경험하지 않은 미래이기 때문에 항상 참일 수 없다는 사실이다.
-논리학에서 다루는 오류중에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라는 것이 있다. 이 말은 친구들과 이야기할 때나 토론에서 많이 사용된다. 예를 들어 내가 경험했던 학생식당들의 밥이 다 맛이 없었을 때, "모든 학생식당은 다 맛이 없다"라는 추론을 듣고 "네가 세상의 모든 학생식당에서 모든 메뉴를 먹어본게 아니잖아"라고 하는 식이다. 그런데 이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라는 말은 남용되는 경우가 많다. 사실 세상의 모든 귀납추론은 필연성이 아니라 개연성을 갖는다. 그런데 모든 귀납추론에 대해 '그것은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야'라고 말한다면 극단적 회의주의에 빠질 수 있다.
-하지만 모든 귀납추론을 부정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예를 들어 (내일은 일어나지 않은 미래니까) 당장 내일 아침에 해가 뜨지 않고 세상이 멸망할 수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긍정한다면 그 사람은 온전한 정신으로 세상을 살아가기 힘들 것이다.
-Nelson Goodman은 과거 귀납추론에 제기 된 문제제기가 틀렸다고 주장한다. 우리는 미래에 대해서 알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귀납추론, 즉 우리가 과거의 경험을 (일어나지 않은) 미래에 투영시키는 것에 대해 제기되야 할 의문은 "귀납추론이 왜 일어나는가?" 가 아니라 "어떤 귀납추론은 개연성이 높다고 생각하고 어떤 귀납추론은 개연성이 낮다고 생각하는가?"이다.
-우리의 귀납추론, 판단이 무시되어서는 안될 이유는 이러한 추론이 살면서 겪은 수많은 경험에 기초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섣부른 판단을 하는 것도 주의해야겠지만 모든 판단에 대해 섣부르다고 판단하는 것 역시 주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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