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을 통해 복잡한 롤즈의 이론을 설명하고자 하는게 아니다. 내가 이 글을 통해 생각해 볼 것은 분배 정의에 관한 롤즈의 이론이 오해받는 것 처럼 사회에서 분배정의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이 틀렸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100m 달리기 경기를 생각해 보자. 1번부터 8번 트랙이 있고 선수들은 같은 출발선에서 경기를 시작한다. 중간에 특정 선수에게 가해지는 물리적 방해같은 것이 없고 달리기의 결과로 결과가 정해졌다면, 우리는 이 경기를 공정했다고 말 할 수 있을 것이다. 모든 인간이 타인에게 존중받을 권리를 태어날 때부터 동등하게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사회적/경제적 조건을 똑같이 태어나게 만들 수는 없다. 하나의 사회에 있더라도, 특히 현대 사회처럼 인간이 자본에 지배받는 사회에는 태어날 때 부터 (평생을 노력해도 극복하기 힘든) 불평등이 나타난다.
-태어날 때 부터 부자로 태어난 사람들에게 세금을 더 걷는다는 부가세 정책에 대하여 사람들이 반대한다고 생각해보자. 예상할 수 있는 반대논거들은 다음과 같다:
1) 타고난 것 (사회/경제적 지위나 재능등을 포함) 역시 나에게 속하는 것이므로 내가 부유한 것은 내가 선택한 것이 아니다. 따라서 나는 나의 부유함에 대해 책임을 질 필요가 없다.
2)타고난 것이 분배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자연스러운 것이다.
3)타고난 것은 공동재산이 아니다.
그런데 태어날 때 부터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재산에 국가가 세금을 걷는 다는 것은 다음과 같이 생각해 볼 수 있다:
자연적으로, 혹은 타고난 재산에 대해 국가가 세금을 부과하는 것은 세금을 내게 될 사람이 그 재산에 대하여 응분의 권리를 갖지 않고 자연적인 것이 국가에 귀속되어야 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오히려 사람들이 응분을 갖지 않는 것은 태어날 때 부터 자연적으로 짊어질 불평등이다. 천부적으로 정해진 불평등에 대해 모두가 응분을 갖지 않는다는 말은, 천부적인 이익을 제거해야 한다거나 중화시켜야 한다거나 모두 다 평등하게 바꿔야 한다는 말이 아니다. 심지어 상속받은 재산에 의해 이익을 얻으면 안된다는 말도 아니다. 이것은 엄밀히 말하면 태어날 때 부터 받은 재산이 사회의 모든 유리함과 불리함을 결정지어서는 안된다고 얘기하는 것이다.
롤즈가 말 했듯이 자연적인 요소는 그 자체 정의도 부정의도 아니지만 그것을 어떻게 다루는지에 따라 그 국가가 정의로운 국가인지 아닌지가 결정된다. 정의롭지 못한 사회는 사람들이 노력이나 선택과 관계없이 얻거나 받게 될 임의적 분배를 사회와 경제적 지위를 결정하는 단 하나의 요소가 되도록 방치하는 사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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