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이후로 삶이 급격하게 많이 변한것 같다. 일단 스트레스를 풀던 거의 유일한 수단인 운동에 제약이 많이 생겼다. 집에서 홈트레이닝 정도만 깨작거리고 있지만 역시 따스한 햇살아래서 마음껏 뛰노는 것과는 차이가 있다. 집에만 있다보니, 너무나 고요한 방에 혼자만 있다보니 잡생각이 많아진다. 대부분 경제적인 것과 관련한 스트레스다. 유일한 수입원도 코로나로 끊겼고 이런 이유 때문에 ‘코로나 블루’라는 말이 나오는 것 같다. 가끔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눠봐도 다들 마찬가지이다. 경제적으로 어려워지고 삶이 좀 더 팍팍해졌다고 해야하나. 도서관도 갈 수 없는데 인터넷도 안돼서 미칠노릇이다. 심지어 이번 학기 역시 온라인으로 학기가 진행되는데 제대로 수업을 들을수나 있을지 의문이다. 이러한 스트레스에 장기간 노출되다보니 정신적으로 많이 지쳤다. 회복은 없는데 피로는 계속 쌓였던 탓이리라. 누굴 탓할까. 결국 지금 내가 걷고 있는 길은 내가 나의 판단으로 선택해서 걷고 있는 길이니, 내가 책임져야하고 내가 감내해야한다. 그래도 슬럼프는 슬럼프다. 사는게 재미없으니 말이다.
그러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슬럼프가 아니었던 적이 있었나?” 공부를 시작하고 단 한번도 슬럼프가 아니었던 적이 없는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버텼다. 해냈다기보다는 견뎌낸 것에 가깝다. 언제나 슬럼프였고 하루에도 수백번씩 관둘까 고민했다. 그리고 그런 생각을 삼킨채 다시 견뎌낸다. 정신력이 강하다는건 크게 두 종류가 있다. 하나는 어떠한 풍파에도 흔들리지 않는 강인함이 있다. 나는 이런 타입이 아니다. 나는 매번 흔들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가 정신력이 약하다고 할 수는 없다. 왜냐하면 나는 단 한번도 내가 시작한 것을 중간에 포기해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매번 흔들리는데 끝까지 버티는 것. 어떻게 보면 이러한 강함이 아예 흔들리지 않는 강함보다 더 강한 것일 수 있다.
그저 견뎌낸다. 언제나 그래왔듯이. 눈을 감은채 버티다 보면 잠깐 해가 비춘다. 그 해를 받으며 충전을 하고 또 견딘다.
아름답고 즐겁기만 한 삶은 없다. 삶은 원래 녹록치 않다.
'가장 보통의 학생 > 유학일기 in 독일'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어떤 생각: 내가 걸어온 길 (0) | 2021.09.22 |
---|---|
당연한 감, 당연하지 않은 감 (0) | 2020.11.24 |
달빛이 환한 추석의 밤 (0) | 2020.10.02 |
독일 대학에서의 첫 조별 발표 (1) | 2020.09.28 |
외국어에 철벽을 치는 나의 뇌 (0) | 2020.09.26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