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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독일에서 야구를 한다

야구가 재미없어졌다

by 별_ 2022. 3.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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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가 재미없어졌다. 

이유가 뭘지 생각해본다. 

 

첫 번째 이유는 친한 동료들이 대부분 그만두거나 잘 안 나오게 되었다는 점이다. 

우리 팀이 리그 중에서는 평균 연령이 좀 높은 편이었는데

우승을 위한 영입으로인해 지금은 거의 다른 팀이 되어버렸다. 

오늘 연습경기를 하러 먼 원정길을 다녀왔는데

나와 일본 혼혈친구를 제외하면 모두가 2부 리그 (Zweite Bundesliga)에서 뛰어본 친구들이었다. 

예전에는 친한 친구들과 원정길에 가는 차에서 이야기하는 것도 즐거웠고

연습이 끝난 뒤 자전거를 타고 친구들과 집에가며 나누는 이야기들도 즐거웠고

운동하는 동안 서로의 안부를 묻고 하는 것도 재미있었는데

그런 친구들이 대부분 야구를 그만두거나 거의 안 나오기 시작하니 

경기를 하는 것도

원정길을 가는 것도

연습을 하는 것도 그다지 즐겁지가 않다.

 

두 번째 이유는 야구 자체에 대한 애정이 식은 것도 있을 것이다.

예전에는 한국 야구경기도 매일 챙겨봤지만 점점 그러지 않게 되었다.

KBO는 이런저런 이유로 정이 떨어졌고

응원하는 팀도 매번 '올해는 다르다'라고 외치지만 우승은 아직도 먼 것 같아 보이니 

'이걸 보는게 내 삶에 도대체 무슨 도움이 된단 말인가?'라는 생각이 든다. 

야구를 보는 것뿐만 아니라 

야구를 하는 것에도 흥미가 많이 떨어졌는데,

역설적이게도 여기에는 리그 우승이 큰 역할을 한 것 같다. 

한번 우승을 하고 상위리그로 올라오니 

이 리그에서 우승을 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은데

일단 우승이란 큰 경험을 이미 해 봤기 때문에

큰 동기부여가 없는 것 같다. 

 

요즘엔 혼자서 야구장 사진을 찍는 일이 늘었다. 

집에 오는 길에 '내가 언제까지 이곳에서 야구를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자주 든다. 

별다른 이벤트가 없더라도 올해는 4년이나 못간 한국이나 다녀오면 어떨까?

학업을 마쳐도 무언가 될 것 같지는 않다만

일단은 당장 학업을 마치는게 가장 중요하다 보니

야구가 중요도에서 밀리기도 한다. 

초등학교 때는 축구에

중학교 때는 농구에

고등학교 때는 다시 축구에 미쳤듯

군대 전역 후에는 야구에 미쳤고

그게 이어지다가 그냥 내가 서 있는 배경에서 해가지고 낙엽이 떨어지듯 

그냥 그렇게 변화의 시기가 찾아온 것은 아닐까.

뭐가 되었든

야구는 재미없고

학업은 얼른 마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뭘 벌어먹고 살지는 

그다음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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