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가 있었지만 그래도 시즌이 무사히 끝났다. 우리 팀은 7승 5패로 아직까진 리그 3위에 링크되어있는데 남은 경기 결과에 따라 최대 2위나 3위가 될 듯하다.
유학도 그렇지만 야구도 조급함과의 싸움인 것 같다. 조급할수록 머리를 비우고 루틴을 유지해야 한다는 것을 야구를 통해 배운다. 5:3으로 이기고 있던 6회 말 공격. 주자 2,3루에서 타석에 들어섰다. 첫 경기에서 나는 5번 좌익수로 출천 했는데 볼넷과 HP로 2출루는 했지만 안타가 없었다. 제구력 난조를 보이던 투수가 교체되고 왼손 투수가 들어왔다. 초구를 노렸는데 꽤나 큰 파울이 되었고 나머지 두 번의 볼을 고른 후 2-1. 그리고 브레이킹볼이 가운데로 들어와 2-2가 되었다. 스트라이크 하나면 삼진인 상황. 그리고 5번 타자로 타점을 올려야 하는 부담도 있었다. 예전 같으면 이럴 때 몸에 힘이 들어가서 아마 아웃을 당했겠지만 이번에는 오히려 침착하고자 했다. 일단 몸의 힘을 빼고, 자세를 크게 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연습하던 대로 공을 맞추자고 생각했다. 약간 높은 스트라이크가 들어왔고, 그대로 배트를 돌렸다. 순간 공이 배트에 정타로 맞을 때 느껴지는 느낌과 함께 공이 좌익수 쪽으로 날아갔다. 타구 속도도 빠르고 라인드 라이브라 수비가 잡을 수 없는 타구였다. 아마 저번 경기를 했던 구장이었다면 홈런이었을 텐데 우리 구장은 너무 외야가 넓어서 펜스를 맞는 2루타가 되었다. 부담감을 떨쳐내고 침착하게 낸 결과라 더 기분이 짜릿했다. 결국 이 안타에 힘입어 7:4로 첫 경기를 승리했다.
부담감, 조급함과 싸워서 이겨냈다는 점이 뿌듯한 경기였다. 정신적인 압박감을 이겨내야 하기에 야구는 유학생활과 비슷한 점이 많다. 그리고 야구를 통해 나는 나의 멘탈을 유지하는데 도움이 되는 두 가지의 좋은 표현을 배울 수 있었다.
1. Bleib dran!
도루를 한다. 2루에서 접전 끝에 세잎. 그러나 베이스 커버를 들어온 수비수의 글러브에는 아직 공이 있고, 내 발이나 손이 베이스에서 떨어지는 것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그럴 때 더그아웃에서 외치는 말이다. 한국어로 굳이 번역해 보자면 "그대로 붙어있어!"라는 말이다.
유학을 한다는 것은 하루하루 포기하고 싶은 압박감을 이겨내고 목표에 한발 한발 다가서는 것이다. 그렇게 내 멘탈이 흔들리고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들 때면 나는 나 자신에게 이 말을 하면서 다독인다
bleib dran!
2. Zieh durch!
지금 리그에서 나는 주로 외야에서 뛴다. 나는 순발력이 좋은 편이고 어깨는 강한데 항상 마음이 조급해서 송구에서 실책이 많다. 그래서 한번 실수를 해도 그 실수를 수습할만한 시간이 상대적으로 더 많은 외야에서 뛰는 것이 마음이 편하다. 물론, 야구는 삶과 비슷해서, 야구공은 절대로 내가 원하는 대로 오지 않는다. 그러다 보면 공이 나를 지나쳐갈 때도 있다. 하지만 공을 한 번에 잡지 못했다고 해서 정신줄을 놔 버리면 그대로 대량 실점으로 이어지거나 팀의 사기가 꺾일 수도 있다. 그럴 때 더그아웃에서 친구들이 이 말을 외친다. 한국어로 번역해보자면 "끝까지 해!"가 된다.
나의 논문은 언제나 실패의 연속이다. 쓰고 까이고 고치고, 쓰고 까이고 고치고, 그럴 때면 가끔 의기소침해지고 나 자신을 믿지 못하게 되는 상황이 발생한다. 그럴 때면 나는 나에게 외친다.
Zieh durch!
유학생활도 부담감과 조급함에 잡아먹히지 않고 마지막엔 어떤 결과든 승리로 끝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안되더라도, 그것이 야구고, 그것이 인생이니까. 좌절할 필요 없이 dran bleien, durch ziehen 하면 된다.
이번 시즌 나의 마지막 안타. 빗맞았지만 텍사스 성 타구로 안타. 이것이 인생이고 이것이 야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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