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야구라는 스포츠를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가 인생과 비슷하기 때문이다. 이 글에서는 야구가 어떤 면에서 인생과 비슷한지 정리해보려고 한다.
1. 내일은 내일의 해가 뜬다.
프로야구는 보통 "3연전"이라고 해서 한 팀과 3일 연속으로 대결을 한다. 재미있는 점은, 아무리 강팀이라고 해도 매일 승리할 수는 없다는 사실이다. 1위 팀과 10위 팀이 대결해도 10위 팀이 이길 때가 있고, 그 전날 10:0으로 졌던 팀이 다음 날 1:0으로 승리하기도 한다. 오늘 실책 했다고 해서, 안타를 못 쳤다고 해서, 실책 했다고 해서 좌절할 필요가 없다. 다음 경기는 새로운 경기고, 완전히 새로운 상황이 펼쳐진다. 인생도 마찬가지다. 불행이 한꺼번에 몰아쳐 올 때도 있고 생각지도 못했던 행운이 찾아오기도 한다. 소위 잘 나가던 사람이 한순간의 선택으로 나락으로 떨어지기도 한다. 중요한 것은 과거에 얽매여 있으면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는 사실이다. 오늘의 실패에 연연하지 마라. 나는 과거가 아니라 현재에 살고 있으니 새로운 마음으로 미래를 맞이하면 된다.
2. 공은 내가 원하는 대로 날아오지 않는다.
야구에서 수비는, 공이 날아올 때가 아니라 투수가 공을 던지기 전부터 이미 시작된다. 상대 타자의 특성에 따라 (예를 들면 주로 밀어 치는지, 당겨 치는지, 좌타자인지, 우타자인지 등등...) 수비 시프트가 걸리고, 투수가 공을 던지려고 할 때부터 이미 '레디 포지션'에 들어간다. 레디 포지션에서 사람들은 '나에게 공이 오면 어떻게 행동할지' 생각한다. 나에게 날아오면 멋지게 잡아서 멋지게 송구... 라는건 사실 상상 속에서나 가능하고 대부분의 경우 공은 내 예상과 전혀 다르게 날아온다. 타자가 날렸던 파울 타구를 보고 왼쪽으로 이동했더니 나의 오른쪽으로 치우쳐 날아오거나, 흙이 파인 부분에 공이 튀겨서 불규칙 바운드가 생긴다거나, 타구에 드라이브가 걸려서 내 눈 앞에서 갑자기 떨어지기도 한다. 인생도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답을 고쳐 쓰면 꼭 고치기 전 답이 맞고, 평생 함께 할 것 같았던 친구와 인연이 끊기기도 한다. 마음대로 되지 않는 인생에 지치고 괴롭다면 이렇게 생각해 보자
인생이 원래 그렇다
당신이 잘못하거나 못나서가 아니라, 인생이 원래 예측 불가능한 것이다. 경기에서 실책을 했다면 실책 한 자신을 자책하기보다 '야구가 원래 그런 거지'라고 생각하는 게 다음 플레이에서 실책을 하지 않는 최고의 방법이다.
3. 혼자가 아니다
살다 보면 문득 혼자라고 느껴질 때가 있다. 나도 내 가족과 친구들이 있는 조국에서 8000km가 떨어진 곳에서 살다 보니 그런 생각을 자주 했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적응해서 살다 보니 주변에 내 편이 되어주는 소중한 사람들이 있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몇 년 만에 한국에 가면 바로 옆에 있는 건 아니지만 멀리서도 나를 응원해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에 감사하게 된다. 야구도 비슷하다. 야구는 팀 스포츠이고 그라운드와 더그아웃에는 동료들이 있다. 내가 못하는 날이면 동료들이 나를 도와주기도 하고, 동료가 힘들어할 때는 내가 돕기도 한다. 삼진 아웃을 잡아도 1 아웃이지만 땅볼이나 플라이로 타자를 잡아내도 1 아웃이다. 너무 혼자서 모든 걸 감내하려 하지 말자.
인생도 야구도, 혼자가 아니다.
4. 3번의 기회가 찾아온다.
야구 경기를 하다 보면 한 경기에 보통 3번의 기회가 찾아온다. 그 3번의 기회를 살려내면 이기고, 못 살려내면 지는 게 야구다. 지고 있던 팀도 허슬 플레이 하나에 갑자기 힘을 내서 역전하기도 하고, 이기고 있던 팀이 실책과 본헤드 플레이로 순식간에 무너지기도 한다. 삶에서도 기회는 찾아온다. 중요한 것은 그 기회를 잡느냐 못 잡느냐이며, 이는 나 자신에게 달려있다. 준비된 자만이 기회를 잡을 수 있다. 인생도 야구도 항상 '레디 포지션'이 중요하다.
5. 시작한 곳으로 돌아온다.
야구에서 타자로 나가서 홈을 다시 밟게 될 때마다, 인생과 참 비슷하다는 생각을 한다. 안타를 치든, 볼 넷을 얻든, 몸에 맞든, 우리는 언제나 진루하기 위해 노력한다. 때로는 루 상에서 견제를 당하고, 도루를 시도하다가 죽기도 한다. 그러나 다시 다음 타석에 들어서서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노력한다. 나 혼자서 도루를 해서 진루할 수도 있지만, 팀원의 희생 번트로 진루하기도 한다. 단타가 나와서 1루만 진루할 때도 있지만, 장타로 2 베이스를 진루할 때도 있고, 상대의 실책으로 인한 1 히트 1 에러로 예상보다 많이 진루할 때도 있다. 그렇게 치열하게 달려서 다시 내가 출발했던 베이스로 돌아온다. 전쟁 같은 하루를 견디고 온 나를 반겨주는 가족처럼, 더그아웃엔 나를 반겨주는 동료들이 있다.
매일매일 타석에 임하듯 하루하루 치열하게 살다 보면, 결국 삶을 마감하는 날도 올 것이다. 그러면 인간도 한 줌 재가 되어 흙으로 돌아간다. 언젠가 삶이 끝나는 날이면 나는 삶을 돌아보며 이렇게 읊조리지 않을까? “야구 같은 삶을 살았다”라고 :)
'나는 독일에서 야구를 한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감사합니다, 야구할 수 있음에 (0) | 2020.09.24 |
---|---|
아끼다 똥 된다 (0) | 2020.09.24 |
프로보다 치열했던 사회인 야구의 벤치클리어링 (0) | 2020.09.24 |
혼자가 아니야 (0) | 2020.09.24 |
마음의 평온을 가져다주는 마법의 주문 (0) | 2020.09.24 |
댓글